입춘(立春)은 달력 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부르는 날입니다. 오래전부터 한시와 세시 풍속 속에 반복돼 왔듯이, 사람들은 이 무렵 매화가 웃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올해 입춘이었던 4일 서울기상관측소의 관측목 매화는 봉오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가지 끝은 단단히 닫혀 있고, 봄의 기척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절기는 분명 봄을 가리키지만, 실제 자연은 한 박자 늦게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이 어긋남은 틀림이라기보다 간극에 가깝습니다. 24절기는 기원전 3세기경 중국 한나라 때 체계화된 태양력 기반의 달력으로 입춘, 곡우, 추분 같은 절기는 실제 기온 변화와 농사 시기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도시는 그때보다 훨씬 복잡한 계절을 살아갑니다. 때문에 오늘날 24절기는 실용적 기후 지표라기보다 계절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적 시간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 속 매화는 웃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믿어온 봄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오고 있었는지 묻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