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전문기자 용두사미?

'현장복귀' 취지 무색…1년만에 데스크로

중앙일보가 지난해 중견기자들을 대거 전문기자로 발령내면서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으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1년여만에 ‘전문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부장, 부국장 등 ‘데스크’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초 이연홍 기자를 정치전문기자, 이만훈 전국부장을 사회전문기자, 정우량 편집위원을 국제전문기자, 한천수 사회담당 부국장을 사회전문기자, 김수길 경제담당 에디터를 경제전문기자, 양재찬 경제부장을 경제전문기자, 이경철 문화부장을 문화전문기자로 각각 발령 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당시 사보를 통해 “그동안 쌓았던 현장 취재 및 데스크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일보 기사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첨병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지금까지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는 이만훈 사회전문기자와 양재찬 경제전문기자 둘 뿐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인사에서 이연홍 정치전문기자를 정치부장에 발령 낸 것을 비롯해 그동안 전문기자 대부분을 부장이나, 부국장, 기획위원 등으로 발령 내 ‘중견기자의 현장 복귀’와 ‘전문성 제고’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김수길 경제전문기자는 기획담당 부국장으로 발령 났고, 한천수 사회전문기자는 다시 사회담당부국장에 복귀했다. 또 정우량 국제전문기자와 이경철 문화전문기자는 각각 중앙일보 관계사인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기획위원과 중앙M&B 기획위원으로 발령 나는 등 ‘전문기자’라는 ‘꼬리표’를 뗐다.

이를 놓고 언론계 안팎에선 기자들을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기자로 육성하고 전문기자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원칙보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전문기자제를 이용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 김영욱 박사는 “에디터(editor)와 라이터(writer)의 길을 확실히 구분해야지 라이터로 갔다가 다시 에디터로 발령 내는 것은 전문기자라고 볼 수 없다”며 “부장, 국장 해야 언론사에서 인정받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한 라이터로서의 길을 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한 중견기자도 “전문기자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전문기자 선발해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하고 데스크나 보직 기자가 되지 않고 일선 기자로 남는 데 따르는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현장 취재보다는 칼럼 정도를 소화하거나 얼마안 있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은 전문기자제를 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섭 중앙일보 부국장은 “지금은 과도기여서 넘나들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당초에도 계속 전문기자로 남아있으라고 발령 낸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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