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 2025년 만큼 정치 기사가 쏟아졌던 적은 없었습니다. 초유의 계엄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극심한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극렬한 진영 갈등 속, 정치 공간은 정책의 공간이 아닌, 게임의 공간이 됐습니다.
우리의 문제 의식은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입법과 더불어 국회 핵심 책무인 '예산 심사'는 별로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728조 원,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었지만, 예산 소식은 매일 같이 나오는 정치권의 경쟁보다 늘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은 꼬박 두달이 걸렸습니다. 가정은 현실로 입증됐습니다. 예산 심사의 부실함과 졸속 처리는 예년의 수준을 넘어 정점을 찍었음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예산 심사 시간은 물리적으로도 짧았습니다. 데이터 마이닝 기법으로 예산 관련 단어 비중이 얼마나 낮게 나타났는지 덧붙였습니다. 예산 감액 논의는 있었지만 증액 논의가 없었고, 국회법에 명시된 표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회의록 통해 밝혀냈습니다. 대부분의 예산 심사의 결과는 '보류'였고, 결국, 당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의 밀실 합의를 통해 728조 원의 행방이 결정됐습니다. 그 와중에 의원들 개개인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 만큼은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을 양적 데이터로 제시했습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국회의 부실 심사와 함께, 언론 역시 책임의 지분이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애썼습니다. 2027년도 예산 심사 만큼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과제도 남았습니다. SBS 탐사기획팀은 AI를 통해 직접 예산 회의록를 검증하고, 이 방법을 뉴스 수용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습니다. AI를 통해 누구나 많은 회의록을 직접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AI를 통한 회의록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정보에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 허위생성)이 발견됐습니다. 회의록 요약 기능 정도는 AI를 참고했지만, 디테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수작업이 불가피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탐사기획팀 소속 데이터 전문기자가 파이선 프로그램을 통해 결론을 산출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다만, 기술은 진보하기 때문에, 몇 년 안에 가능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AI를 통해 누구나 국회의 예산 심의를 감시할 수 있는 시대임을 선언하는 것, SBS 탐사기획팀의 이 목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