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은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언론 다시보기]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

기사에 따옴표를 이용한 직접 인용문이 많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가 만든 이미지.

기사에서 인용(引用)은 논쟁적이다. 없어서도 안 되지만, 과하면 기사를 망치는 요소가 된다.


인용이 기사에 없다면 어색한 일이다. 기자는 대체로 사건의 전달자이지 목격자가 아니다. 전체 기사 중 기자가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건을 다루는 기사의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기자는 사건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직접이든 간접이든 인용은 불가피하다. 인용은 기사가 기자의 주관적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쓰였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인용은 정직한 기사쓰기의 실천 방식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용에 대한 이런 긍정적 평가가 다소 무색해진다.


어떤 기사는 인용으로 시작해서 인용으로 끝난다. 기자가 온전히 쓴 문장을 기사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제목이 큰따옴표인 기사도 흔하다. 해외 주요 언론에서는 취재원의 발언을 제목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 일간지에서는 그 중요하다는 1면에서조차 직접 인용구를 제목으로 삼은 기사가 절반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나연 (2018). 과학적 객관주의, 형식적 객관주의, 한국형 형식적 객관주의. <한국언론학보>, 62권 2호.)


저널리즘 교과서에서는 “인용은 기사의 양념이어야지 고기나 감자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인용이 고기나 감자인 기사가 수두룩하다.


최근 대법원이 고위공직자의 투자 의혹을 다룬 기사에 대한 판결(2024다316742)을 선고했다. 관심 가는 사건이어서 판결문을 물론이고 소송의 원인이 된 방송 뉴스도 여러 번 보았다. 이 뉴스 역시 인용보도다. 큰따옴표 제목으로 시작해 취재원의 진술이 기사의 주재료로 이용됐다. 익숙한 형태의 기사이긴 했지만, 의아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핵심 취재원의 진술이 전언(傳言, hearsay)이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말을 기자에게 옮긴 것이다. 기자는 이 전언을 토대로 기사를 썼다. 학술논문에서 재인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형사소송에서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 원진술자가 진술할 수 없는 예외적 사정이 있을 때나 쓰인다. 기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다. 문제의 기사에서는 전언이 주재료가 된 불가피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고, 원진술자에게 확인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다음으로, 취재원의 말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신중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사건 당시 고위공직자였던 당사자는 제기된 투자 의혹을 부인했고 관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서 보도가 이뤄진 것이다. 이 말인즉, 취재원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인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그가 제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였다는 점 정도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해당 방송사는 취재원 발언 내용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음에도 패소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도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보았다. 최근에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공인 관련 언론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악의성’ 법리가 이 사건에서도 언론사 승소의 논리로 활용된 것이다. 언론의 자유, 공적 영역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중요시한 판결로서 환영할 만한 결론이다. 하지만 결과의 타당성을 떠나서 이러한 재판 결과가 우리 언론의 관행적 인용의 문제점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면책될 수 있는지와 저널리즘적으로 좋은 보도인지는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

그동안 인용 방식의 문제로 익명 취재원의 빈번한 사용, 제목에서의 직접 인용, 그리고 인용에 기자의 주관적 견해를 덧붙임으로써 사실과 의견의 구분 원칙이 흐려지는 점이 주로 지적돼 왔다. 여기에 전언 활용의 문제와 제삼자에 대한 비판적 진술에 대한 검증 누락도 인용보도의 주요 쟁점으로 추가돼야 할 것 같다. 사실 검증을 통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저널리즘의 핵심이라고 본다면, 인용 방식에 보다 깐깐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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