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의 무게와 언론의 책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소셜미디어(SNS)에서 동아일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 보도를 “엄청난 조작”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해당 보도에 수여된 한국신문상의 취소와 반납도 공개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특정한 것은 2021년 10월 동아일보가 보도한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기사로 보인다. 자신을 지목하는 듯한 ‘그분’이라는 표현이 실제 녹취록에 없다는 게 뒤에 확인됐다는 것이 이 대통령 주장의 근거다. 이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발언의 배경이 된 ‘그분’ 보도는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2023년 1월 공개한 1325쪽 분량의 정영학 녹취록에서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김만배씨의 발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그분이라는 표현은 오보”라고 증언했다. 당시 그 보도가 대선 국면에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었는지 돌이켜볼 때 언론의 검증 책임과 보도의 정확성 문제를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다. 일반 시민이 자신에 관한 보도의 부당함을 SNS에 토로하는 것과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이 특정 기사를 ‘조작’으로 단정하고 언론단체의 시상 결과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그 의도와 무관하게 언론 현장에 위압감으로 작용한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권력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언론 본연의 기능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제도적 절차도 외면했다. 보도에 억울한 점이 있다면 사실에 기반해 언론사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경로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방법 대신 SNS라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플랫폼을 통해 특정 보도를 ‘조작’으로 단정하고 시상 취소까지 요구했다. 이는 공적 소통보다 사적 응징에 가깝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보다.


이와 별개로 당시 대선 국면에서 일부 언론이 검찰발 정보를 충분한 검증 없이 받아쓰는 관행에 기댔던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 정보를 선택적으로 흘리고, 언론이 그것을 속보 경쟁 속에 충분한 반론과 검증 없이 보도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의혹이 사실인 양 포장되고, 특정 후보의 이미지가 검증되지 않은 보도로 결정적 타격을 입는 일이 반복된다면,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모든 기사는 제한된 정보와 촉박한 마감 시한 속에서 쓰인 ‘진행 중인 기록’이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수정하고 오류가 확인되면 바로잡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그 판단은 언론의 자율적 영역에 속한다. 권력자의 압박에 따라 마지못해 이뤄지는 사과나 정정은 언론의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다.


권력자는 언론의 자율성과 본연의 기능을 존중하고, 언론은 스스로를 향해 정직한 물음을 던지며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 물음을 외면할 때 언론은 권력이 아닌 시민의 신뢰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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