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편파보도'에 방미통위 '나 몰라라' 하면 안된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문제 있나없나 보라고 방미통위·방미심위 존재"
최민희 위원장, 다음 현안질의땐 방미심위 위원장 부르겠다 예고

“방미통위가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거 아니냐.”

2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 앞서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멘트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방송이냐”고 비판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MBC에 대한 적절한 ‘역할’을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MBC 앵커는 국민의힘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한 것을 두고 클로징멘트를 통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광역시장 후보로 내세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고 했는데,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MBC 취재 거부’ 얘기까지 나오는 등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클로징멘트를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뉴스 화면을 재생한 뒤 김종철 위원장을 향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뉴스 방송 앵커 멘트에 대해서 행정청으로서 직접 공정성 여부 등 판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답하자 “그게 왜 어렵냐”며 “방미통위가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최 의원은 “저희 당은 이런 멘트에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며 MBC가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런 일들에 대해 중립적 위치에서 문제가 있나 없나 보라고 방미통위, 방미심위(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하는 거다. 나 몰라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선전, 편파, 조작”이라고 해당 앵커 멘트를 규정, “방미심위는 즉각 심의에 착수하고 법정 제재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역시 김종철 위원장의 생각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방미심위 소관 사항으로, 저희는 방미심위 결정에 따라 행정 처분을 수동적으로 하는 기관이라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명 조작기소·음해 방송 보도량 체크해 제출하라”는 과방위원장

김 위원장의 이 답변이 끝난 직후, 최민희 위원장은 갑자기 “방미통위 사무처장 대행이 나와 있냐”고 물으며 자료 제출 얘기를 꺼냈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표적수사를 파헤치는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KBS, MBC, SBS, 종편, YTN, 연합뉴스TV가 지금 국정조사에서 나오는 충격적 진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게 가해졌던 조작적 기소와 음해를 얼마나 보도했는지 보도량을 체크해서 오후 1시쯤 질문할 테니 그때 달라”고 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정작 오후 12시경 자신의 질의 순서가 되자 “추가 질의 없이 12분을 쓰겠다”며 미리 준비한 질의를 했고, 오후 1시가 되기 전 산회를 선포했다. 하지도 않을 질의에 쓰겠다면서 회의 중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유도 알 수 없지만, 방미통위에 특정 사안과 관련한 방송 보도량을 체크해 제출하라는 요구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방미통위는 최수진 의원의 말처럼 특정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가 없나 살피는 기관이 아니며, 특정 사안에 관한 언론 보도량을 파악해 제출할 것을 요구받을 기관도 아니다. 보도량 분석이 필요하다면 최 의원실에서 직접 하면 된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가 28일 논평에서 쓴 것처럼 “특정 사안에 대한 보도량을 문제 삼는 방식은, 언론에 사실상의 ‘보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미통위는 그 설치법 제1조에 ‘방송미디어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의 권익 보장’이 목적으로 명시되고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을 보장받는 기관이다. 그런데 어느 정권, 여야를 막론하고 방미통위(전신 방통위 포함)의 역할을 ‘오해’하는 일은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방미통위 업무보고에서 “방송사들 엉터리 보도하고 편향 보도하고 이런 거 하는 데 대응이나 가짜뉴스 대응이나 통상 업무는 하고 있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일 역시 방미통위 업무가 아니다.

방미통위는 설치법 제2조 5항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를 요구받는데, 중앙행정기관의 성격상 한계는 있다. 방미통위도 분명 정부조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용 심의’를 주 업무로 하는, 그래서 ‘사실상 행정기구’라 해도 어디까지나 ‘민간 기구’의 형식을 갖춘 방미심위도 이제 국가기구처럼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제정된 방미통위 설치법에 따라 방미심위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되는 정무직 공무원이 됐지만, 민간기구라는 방미심위의 위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방미심위를 향한 특정 보도와 관련된 정치권의 심의 요구는 끊이지 않고, 이제 국회에도 자주 불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MBC 클로징멘트를 거론하며 “추후 현안질의 때 방미통위 위원장을 참석시키면 방미심위 위원장도 출석할 것을 요구한다”며 “민주당이 통과시킨 설치법에 따라 방미심위 위원장이 정무직이 되고 탄핵도 가능하게 된 만큼,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르는 분이기 때문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위원장은 “방미심위 위원장도 꼭 부르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일 고광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 의혹을 방송했던 것에 대해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누군가 재심을 넣는다면 그때 꼼꼼하게 검토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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