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옛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팩트체크 사업과 관련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 내렸던 보조금 반환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위로와 사과를 전했다. 방미통위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빠띠에 대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됐던 2024년 보조금 용도 외 사용 확인 등의 감사 결과를 취소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에서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이번 일로 빠띠가 겪었을 여러 어려움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감사와 그에 따른 행정처분 과정에서 구 방통위가 충분히 세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방미통위가 앞선 윤석열 정부 시절 이뤄진 의사결정과 행정처분을 바로잡거나 사과한 게 처음은 아니다. 방미통위는 앞서 7월29일에도 2023년 당시 방통위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한 뒤 김성근 보궐이사를 임명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이 방미통위를 상대로 보궐이사 임명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권태선 전 이사장은 이미 임기를 다했고, 따라서 보궐이사 임명처분의 효력도 없어진 뒤였지만, 위법한 처분을 직접 바로잡겠다고 한 것이다.
김종철 위원장은 이날 “모든 행정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는 것이 기본 책무이자 법치행정의 원칙이며, 이에 어긋난 처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근거 없는 해임 처분에 수반된 임명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법치행정 회복에 대한 위원회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 방미통위는 이전 정부 시절 이뤄진 잘못된 처분 등 행정행위에 대해 직권 재심의 또는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바로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유독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서는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고 위원들 스스로 강조하면서도 그렇다.
‘YTN 관련 현안보고에 관한 사항’이란 제목의 안건이 방미통위 전체회의에 처음 상정된 건 4월17일. 방미통위 출범 후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였다. 방미통위 업무 공백 장기화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YTN 관련 사안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혔다. 그러나 이후 8월14일까지 두 차례의 전체회의, 다섯 차례의 법률자문단 회의, 그리고 일곱 차례의 위원 간담회가 더 열렸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뒤집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숙의’를 내세운 논의 과정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어찌 됐든 방미통위가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2인 위원 의결만으로 YTN 최다액출자자를 유진이엔티(유진그룹)로 변경한 승인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니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해 12월 법무부는 항소 포기를 지휘했고, 방미통위는 항소를 포기했다. 보조참가인인 유진이엔티가 즉각 항소하며 2심으로 넘어갔지만, 방미통위가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법무부 지휘에 따른 것일지언정 항소를 포기했다는 건 재판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고, 그렇다면 판결 취지대로 일단 처분을 취소한 뒤 변경승인 신청부터 심사, 승인 여부까지 다시 절차를 밟을 것인지, 1심 법원이 ‘2인 의결’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으니 기왕에 진행된 심사 결과를 토대로 위원 6인이 요건을 갖춰 심의·의결만 다시 할 것인지 결정하면 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논의를 거듭하는 사이 오히려 쟁점이 확대되며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다른 건 볼 것도 없이 2인 체제 의결만으로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으니 취소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내용상 위법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려졌다. 14일 전체회의에서 거론된 변경승인 심사 과정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허위 진술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법률자문단 논의를 이끌었던 류신환 비상임위원은 이날 “부실 심사, 통매각 지시, 자문단 운영 부분, 변경승인 조건 부여 절차와 관련해서 위원회의 부실 심사, 부당 개입 등에 관련된 추가 문제가 발견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의견”이라면서 “관련 감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란 점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경승인 신청부터 의결까지 석 달도 안 걸린 사안을 넉 달 동안 들여다보고도 아직도 살펴보고 고려할 게 많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신중론’인 이상근·최수영 비상임위원의 논리는 그에 비해 단순하다. 아직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방미통위 결정이 늦어지는 핵심 이유 또한 여기에 있으리라고 많은 이들이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최용문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YTN 정상화 촉구’ 특별 칼럼에서 “이것은 법적안정성만을 중시한 법률가의 사고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 사건은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정도의 사건이 아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YTN 우리사주조합 등이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지 1년9개월이 걸려 1심 판결이 나왔다. 2심 재판은 1심 판결로부터 9개월만인 8월28일에 첫 기일이 잡혔다. 2심 판결, 그리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방미통위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방미통위가 YTN 최다액출자자 승인의 위법성 문제를 결자해지하지 못하고 긴 시간 갈등과 혼란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시 긴 시간이 지나 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그때도 방미통위는 YTN을 찾아 위로와 사과를 전하게 될까. “모든 행정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는 것이 기본 책무이자 법치행정의 원칙이며, 이에 어긋난 처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김종철 위원장은 비록 이 사안 심의·의결을 회피했지만, 그가 밝힌 이 원칙만큼은 모든 사안에 예외 없이 적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