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며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가 제기한 국내 최초 AI 저작권 침해 소송 6차 변론에서 재판부가 지상파 측의 네이버 고위 관계자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관 해석, 계약 과정과 관련해 네이버가 체결 당시 방송사들에 생성형 AI 활용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향후 재판을 진행키로 하며 주요 쟁점 하나가 변곡점을 맞은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 합의부는 18일 지상파 3사(원고)가 네이버(피고)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학습금지 등 청구 소송 6차 변론을 증인신문 기일로 진행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원고 측이 유봉석 네이버 최고책임경영자(CRO)를 증인으로 신청해 양측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날 피고 측 증인으로 2016~2023년 뉴스콘텐츠 제휴 업무를 진행한 네이버 실무자 염모씨가 출석해 ‘약관 체결’과 관련해 두 시간가량 신문이 이뤄진 뒤 나온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증인 신청은 채택하지 않겠다. 유봉석 CRO가 협의 과정에서 한 게 있다면 피고에서 입증할 일이지 원고가 적대적 증인을 불러 대답을 들을 내용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인신문 사항에서 원고 측이 증인으로부터 답변 듣길 원하는 내용을 들을 것 없이 이 부분을 전제로 주장하면 되겠다. 재판부가 보기에도 생성형 AI 모델이 설명되진 않았을 거 같다. 계약 조건에서도, (뉴스)학습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에) 설명 사실이 없다는 걸 전제로 주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양측은 재판 쟁점 중 하나인 약관 해석과 계약 체결 과정을 두고 맞붙었다. 지상파 측은 출석한 증인이 약관 주요 내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부각, 유봉석 CRO의 증인채택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당시 계약 체결 전후 과정 등에서 뉴스의 AI 학습 데이터 이용 여지에 대해 네이버가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2020년 제휴약관 변경 시 특정 서비스를 명시하던 조항이 추상적인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 등 표현으로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뉴스 학습이 포함될 수 있다는 걸 원고들에게 설명했는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측은 “클로바에 관한 이용 범위나 특약 문구를 지상파와 협의하는 단계에서 직접 설명한 적이 있나”, “생성형 AI 또는 거대언어모델 또는 LLM 또는 생성형 AI 학습 등의 표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계약 내용에) 생성형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이용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원고인 측 담당자들에게 직접 설명하신 사실이 있나”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염씨는 “메일뿐만 아니라 미팅이나 유선 연락 등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협의를 진행했다. 특약 계약서 작성 당시에도 AI 플랫폼이라는 부분이 충분히 들어가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AI 플랫폼에 대한 특수성과 상황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어떤 언론사들보다도 방송 3사가 계약 부분에서 법무팀이 열심히 살피는 스탠스였고 그에 따라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질의를 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그때 (질의가) 없었다”고 했다.
염씨는 또 “방송사에서도 IT 등 전반적으로 다 출입을 하며 업계에 대한 보도를 충분히 하고 계신 상황이었고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등은 2017~2018년도 이미 기사화가 많이 됐던 건이다. 2020년에도 기술 개발, 특히 AI 부분에선 저희 부서나 카운터파트인 방송사 계약 부서를 떠나 보도국에서도, 사회 저변적으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내용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2020년 네이버와 지상파 3사의 뉴스콘텐츠제휴 계약 당시 약관과 관련 있다. 당시 제8조 3항은 뉴스 서비스와 별도로 ‘네이버는 서비스 개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언론계에선 지식재산권과 편집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네이버는 사전 언론사 동의를 얻도록 개정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네이버 측의 주장은 약관상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 등 표현이 AI 학습에 기사를 활용할 권한을 포함한다는 데 가깝다. 실제 이날에도 네이버 측은 2017~2018년 AI 플랫폼 클로바와 관련한 특약 당시 충분히 설명이 이뤄졌고, 2020년 약관 변경으로 네이버 수익을 방송사에 확대해 지급했으며,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인간 대국 후 AI 기술 저변 확대로 인해 계약을 체결한 방송사들이 네이버의 뉴스 활용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앞서 2차 변론에서 약관 제2조 4항의 ‘문장 추출’이란 문구 자체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전처리 등 절차를 염두한 것이고 이를 방송사 역시 알고 있었으며, 포괄적 이용에 대한 대가로 원고들에게 지급한 비용이 50% 급증해 5년간 수백억원을 지급했다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반면 지상파 측은 챗GPT 론칭 시점이 2022년 11월이고 2020년 이전 AI 기술 개발과 거리가 있어 예측이 어려웠던 만큼 설명도 불가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새 서비스 개발과 관련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삭제를 요구한 언론사가 없었던 것도 당시 언론사와 네이버 모두 생성형 AI 서비스에 이용될 거란 걸 전혀 몰랐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상파 측은 “네이버가 2017~2018년 이런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면 챗GPT를 누르고 세계 1위 생성형 AI 업체가 됐어야만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법원이 원고 측의 증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쟁점 중 하나인 ‘약관’ 관련 설명 의무에 대해선 네이버 측의 부족함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향후 재판 진행을 봐야겠지만 지상파 측으로선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당시 네이버-주요 언론의 파트너십이 장기간 이어져왔고, 당시 계약을 체결한 언론 수가 상당한 만큼 여타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재판부가 이날 2020년 네이버와 계약 체결을 했던 당시 SBS 직원 2인의 증인 채택에 대해 원고 측 의향을 묻고, 필요하다면 소환 절차를 거치겠다고 하며 약관 해석이나 체결 과정에 대한 양측 충돌은 지속될 국면이다. 다만 별도로 ‘공정이용’이란 쟁점은 남아 있는 만큼 재판 소요 기간이나 결과에 대해선 현재 예측이 어렵다. 7차 변론기일은 9월8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