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도, 예방과 회복 관점서… 펜이 정책보다 강할 수도"

[기·협·소 l 기자협회 협력기관을 소개합니다]
(1)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 정윤순 이사장

한국기자협회는 여러 공공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언론 보도에 관한 가이드라인 및 언론상을 공동 제정하며 협력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어떤 활동을 통해 언론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언론과 기자의 역할은 왜 중요한지 각 기관 대표자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벌써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이 불명예 타이틀을 벗기 위해 우리 사회 각 분야는 그동안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한국기자협회도 그중 하나였다. 언론 보도가 실제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2004년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제정했고, 이후 세 차례 개정을 거쳐 2024년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발표, 실천에 힘쓰고 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약 1주일 앞둔 2일 서울 중구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실에서 정윤순 이사장이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이 과정을 함께해온 곳이 옛 중앙자살예방센터, 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하 재단)이다. 2021년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통합되면서 출범한 재단은 2022년 자살예방법에 설치 근거가 명시되면서 국가 자살예방 정책을 지원하는 중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재단 출범은 자살예방이 국가가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 영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9월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을 발표하며 자살을 범정부 차원의 중점 추진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영향일까. 재단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총리 이하 관계 공무원과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헌신”을 치하하며 “더욱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윤순 재단 이사장은 칭찬과 채찍을 동시에 받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취임 후 100일 동안 부지런히 전국 곳곳을 누빈 것도 그래서다. 5월6일 재단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정책 실행”을 강조한 그는 응급실을 기반으로 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와 지역사회 연계를 직접 현장에서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데이터 기반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 추진에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이 같은 광폭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엔 그의 특별한 이력이 있다. 정 이사장은 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사회복지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는데, 두 보직을 다 경험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11월 퇴임한 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5월 다시 복지부의 부름을 받고 “어딘가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자살률을 “2등까지는 어렵더라도 좀 내릴 수 있어야겠다는 소명감”도 덩달아 커졌다.


그런 소명 의식에 자극을 더하는 건 좋은 기사와 기자들이다. 재단은 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생명존중 우수보도상’을 제정해 분기별로 시상하고 있는데, ‘이달의 기자상’과 함께 진행되는 시상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소감을 듣다 보면 “‘언론의 진정성 있는 기사가 실제로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구나’ 하는 감동”과 더불어 에너지를 받곤 한다.


그렇기에 언론과 기자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더 크다. 그는 “과거와 비교하면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의 노력이 현저히 눈에 띄며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속보와 조회 수 경쟁으로 인해 자살 사건이 자극적으로 상세히 보도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 1인 미디어와 SNS가 빠르게 확산시키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살을 사회적 예방과 회복의 관점에서 보도해 주셨으면 한다”면서 “펜이 정책보다 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정 이사장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누구도 혼자 남겨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재단의 역할을 강조한 그는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해 자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기에 놓인 분들이 적절한 의료·복지·상담 서비스로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 자살시도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도 더욱 촘촘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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