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서강대, 29cm, 위버스, 강남언니… 최근 한 달여간 고객 등의 개인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곳들이다. 앞서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쿠팡 등에서도 대규모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시술 상담 내용과 사진 등 민감정보까지 ‘털면 털리는’ 그런 시대다.
일상 행위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그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용자 스스로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처리되고 활용되는지도 잘 알고 있을까.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양정애 책임연구위원)가 전국 만 16~58세 18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AI 환경에서 개인정보 이용 및 권리 인식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개인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하거나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셜미디어 이용자 1755명에게 개인정보 유형별 공개 범위를 물었더니 10명 중 1명(9.2%)은 사진과 영상을 친구나 팔로워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전체 공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쓴 양정애 책임연구위원은 이 점에 주목하며 “사진·영상은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불법 합성·조작에 악용될 경우 심각한 개인정보 및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1년 동안 타인의 개인정보를 게시·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065명에게 그 유형을 물었더니 과반인 52.5%가 ‘얼굴이나 모습이 나온 사진 또는 영상’을 꼽았다. 이 중 업로드 전 상대방의 의사를 미리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36.9%에 그쳤다.
‘타인’이 자녀인 경우엔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았다. 미성년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시·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부모 279명 중 68.1%가 자녀 의사를 묻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성형 AI에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사례는 더 많았다. 생성형 AI 이용자 1682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또는 관련 자료를 입력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7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보 유형별로는 가장 높은 비율이 ‘내 고민, 건강, 가족관계 등 사적인 정보’(65.5%)였고, ‘내 이름, 연락처, 소속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 입력 비율도 56.5%로 절반을 넘었다. 즉 생성형 AI 이용자 상당수가 자신의 신원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이용 과정에서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AI에 입력하는 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이용자의 37.2%는 ‘다른 사람의 이름, 사진, 대화 내용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경험이 있었으며, 37.8%는 ‘나 또는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학교·직장·기관 등의 문서나 자료’를 입력·업로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와 생성형 AI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디지털 서비스에서 개인정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제공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할 때 수집 목적이나 항목, 보유 기간 등 동의 내용을 실제로 확인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1739명 중에서 개인정보 동의 내용을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43.0%에 그쳤다. 17.7%는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고,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는 39.3%로 나타났다.
양정애 연구위원은 보고서 결론에서 “디지털·AI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자신의 정보를 최대한 공개·제공하지 않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본인의 개인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활용되는지 살펴보고 그 범위를 스스로 판단하는 한편, 타인의 개인정보를 게시·공유할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