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AI에 대한 경험이 쌓이기도 전에 규제부터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 제2회 저널리즘 윤리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AI 활용을 위한 저널리즘 윤리 준칙과 실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수민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생성형 AI와 관련한 언론 윤리 규칙과 가이드라인은 언론사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어떤 길로 갈지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체의 규모와 주요 취재 분야 등 언론사 특성에 따라 AI의 활용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따라야 할 윤리 준칙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구성원들에게 AI 활용에 있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몫이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기사 초안 작성이나 사실 확인 등에 AI 활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기본 원칙만 명문화하고 구체적인 활용 여부는 기자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서 교수는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기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인간 기자에게 있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접근법을 AI 활용 단계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기사 작성 이전에 AI를 활용할 때는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자료 검색이나 녹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패턴 추출은 인간보다 AI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면서 “반대로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하면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의 독창성과 진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와 자료 분석에는 AI를 적극 활용하되 기사 작성 단계에서는 활용을 제한하는 등 단계별로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언론 현장에서 실제 활용 경험부터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제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물어본다. 아직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어떤 성과를 냈다는 무용담보다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AI에 대한 윤리적인 논점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경험적인 수준에서의 자산이 아직 쌓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AI를 인간이 관리·감독한다’는 원칙에 대해 뉴스룸을 넘어 언론사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24년 4월 국내 언론 최초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도입한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준칙을 도입하고 2년간 ‘인간의 검토나 수정 없이 기사 송고를 금지한다’는 원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경영진에서 흔히 종종 일어났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해야 한다는 욕구”라면서 “준칙이 뉴스 제작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발행인의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 신뢰 지키려면… AI 사진 체크리스트·AI 데스크 신설 제안
서수민 교수는 또한 “A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이 독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론사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언론에서 실사로 오인될 수 있는 사진들을 보도에 활용하면서 시청자와 독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 ‘왜 언론사에 와서 현실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있지’라고 냉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AI 사진 체크리스트’를 공개하고 뉴스룸 벽에 붙여놓을 것을 제안했다. 체크리스트는 △생성형 AI 이미지가 꼭 필요한가 △실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AI 이미지가 실제·현장 기록물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가 △AI 이미지 사용으로 피해를 받을 실존인물·집단이 있는가(범죄피해자, 이주민, 아동 등) △선전성과 혐오 차별의 문제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음성을 생성 합성 시의 문제 △생성된 디테일의 팩트체크는 되었는가 △표시와 고지(워터마크나 레벨, 자막, 보이스오버 등)는 적절한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AI 데스크’를 설치하는 것이 해법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최성진 한겨레신문 영상국장은 “제작 현장에서는 ‘선배 이런거 AI로 만들어도 돼요?’, ‘만들었는데 써도 돼요?’ 하는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준칙이 있지만 여전히 AI를 통한 콘텐츠 혁신의 욕망과 AI의 윤리적 활용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칙과 준칙 같은 규범들로만 따라잡기 어렵다면 한시적으로라도 콘텐츠 생산 단위에 AI 데스크를 두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AI 활용 여부에 관한 판단뿐 아니라 콘텐츠의 품질과 일관성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