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경영난의 여파 속 소속사의 부도, 워크아웃, 기업회생 절차 돌입을 겪어온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이 매각 절차 본격화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본입찰과 실사를 치르는 중인 중앙일보에선 원매자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상대적으로 절차가 더딘 JTBC에선 구성원 권익보호를 위한 노사 협의체 구성 등 움직임이 나온다. 인수합병 시 가격이 최우선되는 일은 불가피하겠지만 어떤 새 주인이 오더라도 언론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자들 공통의 요구다.
중앙일보의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요즘 소속 기자들은 진행 단계와 맞물려 ‘술렁이다 잠잠해지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내부 분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숏리스트’가 추려진 후 인수 후보군인 6개 기업명이 알려지면서부터 더 그렇다. 중앙일보 A 기자는 “명단이 나왔을 땐 ‘어떤 기업이 좋은지’ 회사가 술렁였는데 우리 예상이 별 의미가 없어서인지 다시 또 조용해졌다. 더 추려진 단계가 되면 다시 술렁일 것으로 본다”며 “대기업은 참여가 어렵고 중견기업밖에 못하니까 이해는 되지만 사실 좀 격이 떨어지는 곳도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앞서 숏리스트에 포함된 글로벌세아, 금보개발, 다우기술, 오리온, 이브로드캐스팅, OK금융그룹(가나다 순) 등 기업 명단이 알려지자 블라인드 앱에선 ‘이게 우리 현실인가 실망스럽다’, ‘그래도 저 회사는 좀’ 등 의견이 분출했고, 현재도 ‘자금이 없거나, 오너 리스크 등 문제가 있거나, 신문업을 모르는 곳이 태반’이란 평이 나온다.
자신의 거취와 직결된 문제에 대한 개인 토로일 수 있지만 근원엔 불신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앙일보 B 기자는 “요즘 언론사를 인수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이 수준이라는 데 거부감이 있다고 본다. 특히 언론업 이해도가 없거나 인수를 통해 ‘점프’ 하려는 곳이 많다 보니 중앙일보를 키우기보단 기존 사업에 써먹겠구나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매각 과정이 구성원 간 갈등 등 내홍을 일으킬 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공개경쟁입찰에 불참했지만 노조에 지속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드러내다 7일 철회 방침을 밝힌 태광그룹의 행보가 한 예다. 태광은 당시 4000억원 투입, 채무 전액 일시 상환 의사와 함께 구성원에게 특파원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부 중론은 ‘절차를 어긴 접근’, ‘오너에게 유리한 매각 방식 추진’에 비판적이었지만 철회 후 일부에서 불만이 나왔다. 향후 매각 작업이 격화한다면 ‘노사’, ‘노노’ 갈등을 유발할 행보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아직 어떤 기업이 대주주가 될지 알 순 없지만 중앙일보 기자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간명하다.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C 기자는 “저희가 신문을 잘 만들어왔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추구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무엇보다 지면이 오염되지 않게 해달라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국내 언론 디지털 유료화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온 레거시 언론인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개발에 대한 요구도 크다. 워크아웃 개시 후에도 더중플은 유료 구독자 수를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6월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채권단에 재무 개선 자구책을 설명한 문건에서 중앙일보는 유료 구독자 수를 2026년 현재 7만명에서 2029년까지 2배 늘리겠다고 했다. 당시 실제 구독자 수는 4만명대였는데 올해 목표가 7만명이었고, 현재 5만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D 기자는 “회사가 이렇게 되다 보니 신문을 잘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사내에서 그동안 성과를 폄훼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투입된 비용 대비 성과를 두고 말이 나올 순 있지만 저널리즘으로,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보는 뉴스로 먹고 사는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 자체를 멈춰선 안 된다”며 “이 회사에 남은 영향력을 단지 뽑아먹으려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제대로 하려는 곳이라면 이걸 포기하진 않을 거라 보고, 그런 오너가 와야 한다”고 했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JTBC는 중앙일보에 비해 진행 상황이 더디다. 매각 주관사가 선정된 뒤 사측이 인수 의향사 5~6곳과 접촉하며 새 대주주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빚의 구조가 복잡하고 개인 채권자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속도감 있는 진행은 어려운 여건이다.
외부 상황과 맞물려 내부에선 구성원 권익 보호를 위해 개국 15년만인 최근 노사협의회가 구성됐다. 노조는 경영진과 ‘매각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용 유지, 편집·제작권 보장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JTBC노조는 “우리가 추구해 온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두 가지 축”이라고 강조했다.
전례 없는 혼란을 피부로 체감해온 내부 동요는 사그라들었지만 소속 기자 2명이 최근 경쟁사로 이직하는 등 여파는 남아 있다.
JTBC E 기자는 “비슷한 일을 겪은 기업들에서 직원들 멘탈이 무너지는 걸 봤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보도와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라 본다”며 “일각에선 노조가 너무 강성이고 기업에서 꺼리지 않겠냐는 말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도 행동해야 한다’, ‘점잖게 글만 써선 안 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금이 절충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