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에서 자사 사이트에 기자나 기사를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장치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검색 유입을 위한 전략 차원부터 기자 브랜딩, 독자 신뢰, 더 많은 정보제공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자체 플랫폼 강화를 이어간다는 취지는 같아 주목된다.
한국일보는 최근 들어 자사 사이트 기사 본문 하단의 기자 바이라인에 기자상 등 수상 내역을 함께 표시하고 있다. 기자 사진과 이름, 이메일에 메달 이미지와 함께 ‘2025년 이달의 기자상 기획·탐사 부문’ 같은 포상 내역을 띄운다. 기자가 자기소개란에 수상 내역을 적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병기하는 형태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다. 기자 개인이 직접 입력한 최대 4개 수상실적 중 첫 내역이 공개된다. 김민성 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문장은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의 후속 작업으로서 AI 검색 플랫폼에서 한국일보 자체의 ‘신뢰’와 ‘권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이고 수상 실적을 관련 요인으로 본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구글은 검색 핵심 원칙, 뉴스 가이드, 기사 구조화 데이터 속성 등에서 기자 이름과 약력 등 작성자 정보 입력을 권장한다. 경험·전문성·권위·신뢰성을 뜻하는 영단어 첫 글자를 딴 ‘E-E-A-T’ 요소를 들어 그 자체로 검색 순위가 결정되진 않지만 유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같은 이유로 한국경제신문은 사이트에서 기자 프로필 클릭 시 나오는 자기소개 작성을 전사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현재 한경닷컴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데 200자 원고지 수매 분량을 입력한 사례도 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독자 신뢰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더불어 구글을 통한 사이트 유입이 늘어났는데 기사 노출에 기자에 대한 설명이나 신뢰성을 고려한다는 점을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본격 AI 시대 이전부터 기자 소개는 기자·언론사의 브랜딩, 독자와 관계 및 신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거론됐다. 사이트에 ‘기자 뉴스룸’ 페이지를 구축하고 부서·기자 단위로 상당 기간 운영해온 이데일리가 대표적이다. 기자 페이지를 클릭하면 딱딱한 증명사진 대신 여행·일상 사진을 배경으로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목록이 아닌 그래픽 형태로 보여준다. 네이버 기자 구독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버튼도 눈에 띄게 배치했다.
임경진 이데일리 디지털미디어센터장은 “언론사 사이트 디자인이 비슷한데 잡지 느낌으로 가보자 했고 디자이너에게 자유롭게 해보라 했다. 기사 목록도 생동감이 있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어떤 기자는 등산이나 자전거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노출을 꺼리면 실루엣만 넣기도 하지만 자기표현을 더 잘할 수 있다는 호평이 다수”라고 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 붐이 일었던 10년 전부터 언론사들의 고민거리였던 ‘기자 참여 활성화’를 다시 끌어오는 측면이 있다. 실제 기자 페이지 강화를 함께 진행한 한국일보는 자기소개나 수상 내역 입력에 동참하도록 편집회의에서 지속 설명을 하고 기자 페이지 권한을 개방했다. 프로필 작성용 프롬프트도 공유해 기자 180여명의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개로 매일경제신문은 독자들에게 한 페이지 내에서 더 많은 정보를 줄 요소를 도입했다. 통상 기사 본문 주변엔 많이 본 기사, 댓글창 정도가 놓이지만 매경은 기사 관련 종목의 정보를 하단에서 제공(‘기사 속 종목 이야기’)한다. ‘기사를 읽은 후 궁금증에 대한 질문’, ‘기사 배경 정보에 대한 해설’ 등 모두 AI를 통해 구현했다.
매경AX 관계자는 “퍼플렉시티 모델과 조합이 안정세에 들었고, 60년치 기사를 벡터DB로 만들어둬 구현된 서비스들”이라며 “추가 정보제공 의도도 있지만 저희 AI 검색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다. 더 체류해 더 많은 페이지를 보게 하고 충성 독자 확보도 하겠다는 목적인데 데이터를 살피며 고도화로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행보는 AI 검색 확대 등 외부 동인과 별도로 언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하는 사례로 의미 있다. 특히 자체 플랫폼을 시도 중심에 뒀다는 점을 평가할만하다. 올해 3월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온라인에 ‘명조체’를 도입한 조선일보의 시도도 여기 놓인다. 조선일보는 30여년간 관행처럼 써왔던 고딕체를 대신해 서체 업체와 공동 개발한 ‘조선일보명조체’를 자사 사이트에 적용, 기존 고딕체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과거 기술 한계가 고딕체가 디지털 표준이 된 이유고, 명조체가 가독성이 더 높다는 점을 들며 “활자 매체가 서체를 업그레이드 하는 건 기본 의무라는 사명감도 있다”고 했다. 이어 “신문에 적용하는 서체를 디지털에도 적용하는 건, 독자들의 읽기 습관을 일관성 있게 하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독자 친화적 미디어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