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파동 원인·진단 엇갈려

"사법개혁 바라는 국민여론·시대흐름 외면했다" 비판

대법관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빚어진 ‘사법개혁’ 관련 논란을 일부 언론이 ‘사법부 길들이기’ 또는 ‘진보 대 보수의 갈등’으로 몰아가며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여론과 시대흐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대법원이 변협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후보들을 모두 제외하고 대법원이 추천한 현직 법관 3명을 후보로 결정한 것과 관련 한 부장판사가 항의사표를 내고 100여명이 넘는 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나서자 대다수 언론은 14일자 1면에 이를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각 신문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경향 한겨레 한국 등은 “개혁 열망을 외면한 대법원의 폐쇄성”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 반면 조선 중앙 등은 “대법관 후보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개혁 요구를 ‘특정 단체만의 주장’인 것처럼 보도한 것.

조선일보는 14일자 ‘사법부도 보혁 갈등인가’에서 “대법원에 이념의 교두보를 만들고 나아가 대법원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진보 세력의 의도까지 엿보인다” “이번에 진보세력의 뜻이 관철된다면 향후 대법원은 완전히 진보 진영의 진지화할 가능성마저 있다”며 “만일 진보 색깔의 정권하에서 대법원마저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메워진다면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은 허물어지게 된다”고 ‘색깔론’을 폈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사설에서 “갈등의 핵심은 새 정부와 맥을 같이 하는 일부 재야법조계가 자신들이 밀고 있던 인사를 후보로 제청하지 않은 데서 발단됐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끼어들었다”며 사태의 원인을 재야법조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법무장관과 대한변협회장이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들 신문은 이에 앞서서도 ‘너도나도 대법관 후보 추천하나’(조선), ‘여론몰이로 사법부 흔들지 말라’(중앙) 등 사설을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시민단체의 대법관 후보 추천 자체를 문제 삼아왔다. “너나없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공개추천하고, 이를 통해 대법원상을 바꾸겠다는 발상은 위험”(조선)하며, “변협은 변협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대법관 추천 후보들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있으니 특정 성향의 인물을 내세우려는 압박의 의도”(중앙)라는 것이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4일자 사설을통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서열 중심의 인사관행을 고집한 대법원에 있다”(경향), “이번 사태는 개혁성향의 인물도 한두 사람 포함시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 진용을 갖추자는 사회적 요구가 묵살된 데 대한 반발”(한국)이라며 사태의 근본 원인을 개혁여론을 외면한 대법원의 폐쇄성에서 찾았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 18일자 사설 ‘일부언론의 빗나간 색깔론’에서 “이번 파동을 마치 ‘대법원 안에 진보세력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음모인 양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덧씌워 진실을 곡해하고 있다”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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