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론' 개념 놓고 논조 선회
조선·동아 8·15 경축사 보도 분석
전관석 기자 | 입력
2003.08.20 00:00:00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주독립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보도는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 중 단연 ‘자주국방’에 초점이 모아졌다.
조선은 16일자 “자주국방론 허실 따져봤는가”라는 사설에서 “벌써부터 주한미군이나 한·미 군사동맹으로부터의 ‘자주’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자주국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대중적 호소력은 있을지 몰라도 엄밀히 따지면 상당히 낡은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지난 16일자 기사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거론 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간 미묘…국방예산 확보도 문제”라는 부제를 붙이고 “‘자주국방’은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북핵 문제로 안보위기 상황인 단계에서 미군 재배치 등에 대한 말을 경축사에서 한 것은 국민의 안보위기 인식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적절치 못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옮겼다. 두 신문 모두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에 대해 한미관계 및 국방예산 등을 들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두 신문의 예전보도를 보면 ‘자주국방’에 대한 입장이 지금과 다르다.
95년 12월 28일 조선 사설 “자주국방력 선결조건”은 “전시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적인 문제로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내에 한국군에 환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는 주장을 폈다. 조선은 또 98년 1월 20일 김대중 당시 당선자가 “자주국방이라는 구호 사용에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발언하자 23일 사설에서 “자주국방을 비현실적인 구호로 표현하면서 집단안보를 강조하고 있어 김 당선자가 앞으로 국방분야에 관한한 후자쪽에 무게중심을 두려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동아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의 지난 94년 12월 사설은 “평시작전 통제권 이양이 자주국방을 향한 일보전진이며 우리국방이 미군주도에서 국군주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한미 동맹 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도 회복하여 국군 주도의 방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와 군은 각오를 새롭게 해야할 것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98년 9월 8일 기사에서는“국제사회에 식량을 구걸하면서도 ‘자주국방’에 매달리는 북한을 본받아서야 안되겠지만 국가의 존립기반인 안보의 상당부분을 아직도 외국에 기대는 현실이 여간 씁쓸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같은 논조변화에 대해 국방부 한 출입기자는 “상황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주국방론은 그동안 미군감축 문제와 연결돼 제기된 적이 많았고 매년 국방백서에도 실렸던 개념”이라면서 “언론이 지나치게 한미관계만을 부각시키다보니 자주국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그 긍정적 측면도 폄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