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불패'와 '필패'
김정태 기자 | 입력
2003.09.08 22:23:33
김정태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부동산시장이 또 요동치고 있다. 매번 정부의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은 IMF환란 때를 제외하고는 끝없는 수직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아파트 가격에 일반 서민들은 ‘아연실색’이란 말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정부가 엊그제 9·5재건축 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강남 밖 서울과 신도시, 그리고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급등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發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강남의 ‘수준’을 대체할 만한 지역이 없다는 데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 투자심리 저변에는 부동산 투자로 망한 사람을 못 봤다는 ‘통설 아닌 통념’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부동산 불패론’이 그것이다. 강남은 언제고 이익을 남겨 줄 수 있는 ‘불패의 신화’로 인식되는 이상 돈은 계속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어떠한가? 시장은 점차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외국인들뿐이다. 지난 7월 초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돌파했을 때 시장전문가들은 이제 국내기관과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의 매수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760선을 넘어서도 이들은 꿈쩍하지 않고 오로지 ‘팔자’에만 주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방카슈랑스, ELS(주식연계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관심 밖의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휠씬 더 많다.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가 국내 증시 사상 세 번이나 있었지만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주식 시장에서 ‘패가망신’한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봐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개미’(일반투자자) 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시기가 ‘꼭지’(정점)라는 말이 왜 증시의 격언처럼 돼버렸겠는가. 그래서 아직도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주식 필패론’이 우세하다. 주식시장이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상 ‘필패’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뜨리기가 힘들 것이다.
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높아지면 주가가 오른다. 이들 기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주식시장으로 돈은 모여들기 마련이다.
정부는기업의 투자 활성화만이 저성장과 실업 등 현 경제 현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다. 단기적인 부양과 규제로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그렇더라도 국민들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부동산광풍과 이민열풍에 돈을 쏟아 붓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정부는 돈의 흐름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