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아직도 '남성천하'
지상차 3사 여성인력 10% 수준...KBS가 최저
조규장 기자 | 입력
2004.02.25 03:41:13
지상파 방송사의 여성인력 비율이 10% 수준에 불과하고 여성 방송인들의 69.2%가 방송사 내 성차별이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연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이 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지상파 방송사 인력구조의 성적 불균형과 성차별적 문화 연구’에 따르면 2003년 6월 현재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여성인력 비율은 평균 10.0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별로는 SBS(14.51%, 계약직포함)가 여성비율이 가장 높았고 MBC(11.84%) KBS(8.8%) 순으로 조사됐다.
직종별로 보면 핵심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 및 기획?경영 부분에서의 여성비율은 7.93%로 여성전체 비율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나운서(59.56) PD(11.98) 미술(11.26) 부문이 가장 높았으며 기획?경영(10.54) 기자(9.15) 그리고 기술(1.32)과 카메라(0.85) 부문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별로 보면 여성차장 이상 직급은 5.28%, 부장 직급 3.79%, 국장 직급 이상은 2.38%로 드러났다. 직책을 맡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경우 부장 직책을 맡은 여성은 12명, 국장은 3명이다. MBC의 경우 부장 3명이고 국장은 없다. SBS는 2003년 6월 현재 직책을 맡은 여성이 없다. 결국 여성은 방송사에 진입하는 것도 어렵지만 승진을 하기는 더욱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방송사 문화의 성차별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상파 3사에 근무하는 여성 방송인 1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9.2%가 “성차별이 있다”고 했다. 성차별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들은 승진(41.8%)에 있어서 가장 크게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업무배치(30%) △여성의 능력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평가(20.9%) △채용(4.5%) △임금(2.7%) 순으로 대답했다.
성차별에 대처하는 방안을 질문한 결과 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4.2%가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성중립적으로 행동한다”고 응답했고 15.6%가 “남성들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또 채용에 있어서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53.7%가 방송 종사자의 성차별 의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24%는 채용 심사관의 남녀비율 균등화를, 15.7%는 여성을 위한 쿼터 신설을 주장했다. 승진과 관련된성차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성차별 의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35.8%로 가장 많았다.
“여성 임원의 비중이 높은 경우 채용, 업무배치, 승진에 있어서 차별이 개선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73%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수연 연구위원은 “남성지배 구조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 온 방송국의 남성문화는 인력구조뿐만 아니라 방송의 내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방송의 인력구조와 내용이 남녀에게 평등한 구조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방송국의 가치와 문화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