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다시보기] 지표성·도상성·상징성

원용진 서강대 신방과 교수



기호론에서 즐겨 사용하는 용어들을 잠깐 빌자. 그리고 그에 기대어 언론 보도의 성격을 규정해보자. 먼저, 언론 보도는 지표성을 갖는다. 없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도는 있었던 사실을 증거하는 지표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성격은 도상성이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과 보도 내용은 얼추 닮아 있다는 점에서 언론보도는 도상적이다. 세 번째 성격은 상징성이다. 언론 보도는 사건을 때로는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예측하기에 상징적이기도 하다.

세 가지 성격 중 첫째와 둘째는 언론의 존재 이유와 관련되어 있다. 언론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있었던 사실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는 점 때문에 수용자들은 언론 보도를 접한다. 만약 그런 믿음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보도를 부정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언론 보도에서 지표성과 도상성을 도모하는 일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징성은 지표성, 도상성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다시 기호론자들의 입을 빌어보자. 기호론자들은 기호의 종류를 도상기호, 지표기호, 상징기호로 나누면서 상징기호는 그것이 지칭하는 사물과 아무런 관계를 지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징기호는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문자나 숫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보도의 상징성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사실과 다를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보도의 상징성은 떠받들어야 할 미덕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우환덩어리다.

지표성, 도상성과 상징성의 차이점은 또 있다. 앞의 두 성격은 주로 이미 있었던 과거와 관련되어 있지만 상징성은 대체로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 언론의 상징성은 앞을 예측하는 측면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성격 세 가지는 이렇게 서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분절적이지만은 않다. 과거와 관련된 지표성, 도상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채 미래와 관련된 상징성이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세 성격간의 유기성은 언론사 내 분업적 작업에 시사점을 전해준다. 지표성과 도상성을 철칙으로 삼은 채 사실을 찾아가는 현장 언론인과 상징성을 주로 다루는 해설 언론인 간의 유기성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과거를 다루는 현장 언론인과 미래를 다루는 해설 언론인 간 소통이 중요함을알려준다.우환덩어리를 다루는 데는 현장의 철저함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미래를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두루 점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은 도상기호, 지표기호 그리고 상징기호로 이뤄진다. 언론의 작업실도 똑같이 도상성, 지표성 그리고 상징성이 유기적인 관계에 머물며 소통하는 공간이다. 행여 작업의 효율을 위해 시간적 분절, 미덕과 우환덩어리간의 분절로 언론행위가 이뤄진다면 이는 반성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점차 현장과는 동떨어진 해설 보도들이 횡행하는 것 같아 기호론에까지 손을 내밀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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