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다시보기] 캠페인 저널리즘도 변해야 한다

김진홍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서울을 벗어나면 기이한 간판들과 마네킹이 우리를 맞는다. 간판들은 빨간 고딕체 원색간판이 주종을 이룬다. 수원갈비집에도 제주흑돼지삼겹살집에도 간판이 온통 빨강색 투성이다. 차분하면서도 가라앉은 중간색의 자그만하면서도 아름다운 간판들은 눈을 부벼 뜨고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주유소와 대형 음식점은 저녁이면 국적 불명의 야자수 네온사인이 손님을 부른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뽐내기 위해서인듯 하지만 꼴불견이다. 서울 시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런던 교외 헤버성 앞에 있는 한 팝 레스토랑 간판의 고색창연함과 독일 하이델베르크 선맥주집 연녹색 간판의 아름다움과 프랑스 파리 시내 샹제리제 거리에 산재해 있는 카페 간판의 아름다운 질서를 기억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들 원색의 대형 간판과 얄궂은 네온사인은 너무나 낯설기만 하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와 그곳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호텔 입간판 어디에도 이러한 원색의 무질서는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올해에 펼치는 ‘아름다운 간판’ 캠페인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캠페인 저널리즘의 하나로 생각된다. 중앙일보는 국내 간판문화가 공해 수준까지 이르러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2월 말 1면에 ‘아름다운 간판’ 운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사고를 게재하면서 간판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지금까지 4회에 걸쳐 국내 간판의 실태와 문제점,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가 올해의 역점사업으로 ‘종로 업그레이드’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와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여나가고 있는데 이 간판 개선사업이 서울시나 종로에만 국한해선 효과가 미흡하다고 보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할 방침으로 있다. 중앙일보에 의하면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간판 개선에 전문가의 관심과 참여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시와 공동으로 종로 간판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고, 이 신문사에 간판 정비를 의뢰해온 건물주와 업소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간판’운동에 협조하는 대학 디자인 전공 교수 등의 전문가와 간판 제작업자들이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또 서울시 이외 일부 지자체와도 관광지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간판 정비를 하는 방안을 강구중인데 이 같은 작업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면 지면에 적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지자체 및 대학, 건물주, 업주,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간판 개선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독자의 수용태도도 변한다. 따라서 신문사의 캠페인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해야 한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조선일보의 ‘쓰레기를 줄입시다’란 환경캠페인과 한겨레신문이 벌인 일련의 ‘북한 어린이 돕기’ 로 시작된 통일문화캠페인 그리고 동아일보의 ‘이라크난민 돕기’ 등 국제캠페인이 나름대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신문사가 펼치는 캠페인 저널리즘은 이제 시민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고, 시민의 가치관과 나라의 가치관을 정확하게 가늠하고 냉정하게 해석할 때 많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것이다. 캠페인 저널리즘은 이제 1면을 잠식(蠶食)하는 ‘사고(社告) 사업’이라는 구태의연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사는 관습적으로 자기선전의 일환으로 캠페인 저널리즘을 이용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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