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지 창간 끊이지 않는다
6월말 전후 2개 추가 발행…수도권만 6개
차정인 기자 | 입력
2004.06.09 11:25:54
단기간 이윤 기대 …마구잡이 참여
과당경쟁·선정성·품질 저하 우려
무료일간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6월말이나 7월쯤 2종의 무료신문이 창간될 예정인 가운데 무료신문 종사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더 이상의 공급 증가는 무료지 시장은 물론 전체 신문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무료지 현황
현재 문화관광부에 신청 및 등록된 무료일간지는 전국적으로 모두 13개. 문광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 발행되는 무료일간지는 벼룩일보, 메트로, 더데일리포커스, am7, 굿모닝서울 등 5개. 지방은 부산-부산타임즈, 광주-광주매일해피데이·광주드림, 전남-목포일보, 대구-대경일보·모닝뉴스 등이다. 이 가운데 ‘벼룩일보’와 ‘부산타임즈’는 현재 발행이 중단됐고 대경일보는 실사를 남겨놓은 상태여서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무료일간지는 모두 8개다.
여기에 최근 창간을 선언한 ‘데일리줌’과 ‘스포츠한국’ 등 두 개의 무료일간지가 문광부의 실사를 기다리고 있어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데일리줌’은 만화가들과 군인공제회 등이 투자해 만드는 신문으로 만화무료일간지다. 이 신문은 6월 21일 창간을 선언하고 이미 광고수주작업에 들어갔다. ‘스포츠한국’은 미주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투자하고 서울경제신문이 발행하는 것으로 스포츠연예 무료일간지다. ‘스포츠한국’은 얼마전 폐간한 ‘메가스포츠’와 비슷한 형태로 대판사이즈에 한국일보와 미주한국일보 삽지 형태로 가정에 배달될 계획이며 지하철 역사 등 거리에도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지 외에 주간지까지 포함하면 무료지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문광부 조차도 주간지의 경우는 숫자가 너무 많아 일일이 파악해놓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유가에서 무가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대경일보’와 ‘목포일보’는 유가에서 무가로 전환한 일간지이며 월간지 ‘연예인뉴스’는 주간 무료지로 전환했다.
◇왜 늘어나나
이처럼 무료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광고시장의 확장에 따른 수익성 때문이다. 무료일간지는 유료일간지에 비해 발행 경비도 적고 광고가 주수익원이라 단 기간에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유료일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비와 특정 계층을 겨냥한 광고 효과가 높다는 이점이 있어 무료지 광고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발행되는 무료일간지 4개의 한달 광고매출액은 약 60억원에 이른다. 메트로와 데일리포커스가 각각 20억원대, am7이 10억원대, 굿모닝서울이 8억원대 등이다. 수도권 지하철 출근길 유동인구가 8백50만명임을 감안하면 이들 신문이 배포되는 시간대의 독자수는 약 6백만명에 이른다. 이들 신문의 발행부수는 각각 50만∼60만부. 모두 합치면 2백50만∼3백만부다. 사실상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지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광고업계 관계자는 “만화나 스포츠연예 전문 정보를 담게 될 무료지라면 어차피 공짜인데다 가볍게 읽고 버리는 신문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가져가게 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광고주 입장에서도 스포츠신문 등의 광고비보다 절반 정도 싸기 때문에 하나에 투자할 것을 2∼3개에 투자가 가능해 오히려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료지가 늘어남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조금씩 노정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먼저 광고 유치를 위한 신문 내용의 선정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포커스의 조충연 실장은 “선정성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소수 때문에 전체 무료지가 욕먹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뛰어드는 신문은 생명력이 길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 문제도 제기됐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는 “무료지가 갖는 장점도 있겠지만 갈수록 광고성 기사 증가, 선정성 기사 등 저널리즘 질이 전체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며 “지역에서도 무료지가 등장한 만큼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료지를 내용상 형식상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조준상 교육국장은 “정간물 개념상 현재 무료지는 일반 일간신문에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광고지와 광고정보지로 분류돼야 한다”며 “광고가 지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세분화해 상향 조정하는 등 신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관련 내용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