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SBS 탐사보도 제작자 인터뷰
시사 2580, 그것이 알고싶다
손봉석 기자 paulsohn@jounalist.or.kr | 입력
2004.09.09 11:51:19
대표적인 탐사·고발 TV 프로그램인 MBC의 ‘시사매거진 2580’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근 각각 방영10년과 5백회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두 프로그램의 일선취재를 거쳐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와 PD를 만나 지난 10여년 동안 TV 탐사보도의 불모지를 개척해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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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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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 10년을 끌어온 힘입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MBC ‘시사매거진2580’의 데스크를 맞고 있는 보도제작국 박태경 차장은 최근 방송10주년과 방영 5백회를 기념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독 회견으로 화제가 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박 차장은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알려진 상태라 ‘2580’에 대한 내부의 제약이나 외부의 압력은 크게 없는 편”이라며 “이제 각 방송국 마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보도프로그램이 생긴 상태라 ‘소재선정’이 만드는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기자와 PD가 만드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방송관련 논문을 보면 어떤 쪽이 편집기법을 더 잘 활용하고 ‘디졸브’를 더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 까지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청자는 누가 만들었는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으로 기자를 구분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박 차장은 “기자는 군대 계급으로 표현하면 장군보다 높고 방위보다 낮은 자리라는 생각 한다”며 취재할 때 강자 앞에서 더 강하고 약자 앞에서 한 없이 약한 사람이 되 것이 기자생활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현업기자로써 ‘직업관’을 밝히기도 했다.
'2580’ 데스크를 맡기 전에 직접 취재기자로 보도를 했던 아이템 중에는 희귀한 분재를 재배하는 원예가가 담보가 없어서 ‘농약’을 사 놓고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지난 5일 방영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특별인터뷰에 ‘2580’을 만들어온 기자나 데스크가 아닌 엄기영 특임이사와 김은혜 기자가 출연하게 된 점이 좀 섭섭하지는 않으냐는 물음에 박차장은 “질문 내용이나 구성은 다 우리 '2580’팀이 만든 것”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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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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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아이템 선정이 승패의 70%를 좌우 합니다”
방영 5백회를 넘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신용환 차장은 탐사보도에서 소재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차장은 지난 7월 5백회 특집을 기득권의 의무와 명예에 대한 내용을 아이템으로 한 것에 대해 “앞으로 사회지도층이 세금이나 다른 모든 의무에서 진실로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5백회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신 차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로 시작해서 여러 차례 성격변화를 거쳐 탐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어렵게 자리매김 했음을 상기하며 “앞으로 가야할 1천회 , 2천회까지의 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제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가장 큰 문제는 외압보다는 열악한 제작 환경이라고 밝혔다. 제작비가 적고 인력도 모자라 방송용 ENG 카메라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IMF 이후 디지털6mm 카메라로 작업하고 PD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취재를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신 차장은 “언론인이나 방송인이 되기보다는 사람들이 다른 삶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나 안내를 편향 없이 제공하고 싶은 것이 삶의 목표”라는 독특한 ‘직업관’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탐사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묻자 “신의가 완전히 사라진 관계에서만 가능 생각으로 방송인들에게는 ‘법규를 어기면 사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 차장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부모의 종교적 맹신이 아이의 치료를 늦춘 사건이었다며 “결국 아이가 치료가 늦어 2년 후에 죽은 후 아버지도 자살을 한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