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감정대립 '격화'

MBC-SBS '땅투기''경영세습' 공방전
연합-CBS 뉴스 공급시장 놓고 신경전

언론사간 매체비평이 합리적이고 논리에 근거한 비판보다는 자사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감정적인 보도를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언론사간 감정적인 보도의 양산은 국정감사를 싸움의 빌미로 이용하거나, 매체 상호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언론종사자는 물론 국민들도 외면하고 있다.






MBC-SBS

두 방송사간 대립의 발단이 된 것은 SBS가 11일 8시 메인뉴스를 통해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MBC의 일산제작센터 부지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감질의 내용을 보도하면서부터.

다음날인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김재웅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을 토대로 ‘SBS는 윤세영 회장 가족방송?’을 뉴스로 내보냈다.



이후 양 방송사는 국정감사 중 여·야간 정쟁에서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을 편집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은 그러나 이미 방송된 ‘땅투기’와 ‘경영세습’ 문제뿐 아니라 상대 방송국의 뉴스 내용 중 ‘오보’가 있다는 멘트까지 방송에서 내보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빙자해 언론사간 자존심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실제로 MBC는 13일 낮 ‘12시 뉴스’와 ‘5시 뉴스’ 시간에 SBS 경영진의 국감증인 신청 보도, 같은 날 밤 ‘뉴스데스크’에서의 윤세영 회장 일가의 ‘경영세습 가능성’ 보도 등을 이어갔다.



SBS 또한 14일 저녁 메인뉴스를 통해 MBC의 ‘땅투기’ 의혹을 중요하게 다뤄 ‘재반격’을 시도했고 마감뉴스를 통해서는 80년대와 90년대 땅 투기가 사회문제가 된 시점에 MBC가 땅을 대량으로 매입해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고 상세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방전 끝에 15일 SBS 노조에 이어 16일 기자협회 지회까지 “언론 기관 사이의 건전한 상호 비판과 감시 차원에서 시작된 보도가 시청자의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 한다”는 사과성명을 내고 ‘휴전’을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MBC는 18일에도 SBS의 대주주인 ㈜태영의 불법 수의계약을 통해 관 발주공사를 수주했다는 비리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MBC는 이 기사에서 “수도권 일대 수백억원대 공사가 특정 업체에 줄줄이 수의계약으로 발주돼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며 “1억원 이상 공사는 공개입찰이 원칙임에도 1백2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공단에서 ㈜태영은 수의계약 형식으로 공사를 따냈고 의정부시 공사에서도 수의계약으로 불법 발주받았다가 관련공무원이 중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논쟁을 단순한 감정싸움에 그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에 대한 논의로 확대하려는 MBC 내부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CBS

연합뉴스와 CBS가 벌이고 있는 감정싸움은 겉으로는 기사 저작권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스공급 시장의 변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이 언론계의 관측이다.



연합뉴스측은 CBS가 ‘노컷뉴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 기사와 사진을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아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의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연합측은 CBS ‘노컷뉴스’가 앞으로도 지방지들과 뉴스공급을 위한 공동네트워크를 구성할 경우 기사나 사진의 3자 제공이 심화될 우려가 제기돼 지적재산권 보호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CBS는 ‘노컷뉴스’가 설립된 이후 연합의 사진부분에 대해 지방 주재기자들의 인지 미숙으로 일부 도용한 사례가 있지만 지난 11일 현장 취재 기자 100명에게 즉석에서 사진 촬영과 전송이 가능한 디카폰을 지급, 연합 콘텐츠 무단사용에 대한 문제는 사라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연합측이 ‘노컷뉴스’ 기사를 일부 인용하는 사례가 있어 오히려 연합뉴스측이 이를 정정해야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신경전은 CBS가 오는 11월 ‘노컷뉴스’ 설립 1주년을 맞아 포털형식의 사이트를 통해 전국 제휴사들에게 실시간으로 기사와 사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사실상 연합이 독점해왔던 뉴스공급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언론사간 감정대립이 격해지자 언론계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공익에 부합해야 할 기자들이 자사이기주의나, ‘네가 감히 나를 건드려’와 같은 자존심에 함몰돼 감정적인 기사를 생산한다면 이미 언론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광운대 주동황(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언론사들이 자사 매체를 통해 자사의 주장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과연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들 언론사가 존재이유로 삼고 있는 ‘알권리’의 주된 고객인 시청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자사 이익 때문에 잊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journalist.or.kr

이종완 기자 korea@journalist.or.kr

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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