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
"두차례나 다룬 문제였지만 구타·가혹행위 여전했다"
유희준 기자 | 입력
2003.01.22 11:20:03
기획보도 부문-지금 내무반에서는-폭력에 멍드는 전·의경들
SBS / 유희준 이정애
입사 10년 차 동안 이렇게 흥분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정말 ‘한국기자상’ 수상감인지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다소 진부한 소재였지만, 전·의경 구타와 가혹행위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뉴스추적’은 지난 98년과 재작년 초에 걸쳐 이미 두 차례나 전·의경 구타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런데 우연히 사석에서 의경 제대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타 피해자 얘기를 듣게 됐다. 이어 며칠 뒤에는 한 의경이 휴가 중 집에서 자살했다는 단신을 접했다. 후속취재를 통해 최근 구타로 정신과적 질환까지 앓는 전·의경들이 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에 다룬 소재였지만, 전·의경 구타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취재의 무게중심은 내무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혹행위 실태를 카메라에 포착하는 데 두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보도 이후 경찰청은 구타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향후 사소한 구타 가해자들도 형사 고발하는 한편, 관련자들에게는 외출, 외박을 4개월간 정지시키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었다. 특히 ‘뉴스추적’ 방송본을 전국 기동대와 경찰서에 하달해 정훈 교육을 시켰으며, 중앙경찰학교에 구타사고 예방 특별교육 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적나라한 현장 고발과 함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구타 피해자들을 면밀하게 추적하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좋은 기사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