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회생 '구성원 신뢰구축' 급선무

희망조합 움직임 활발…"비대위 등 함께 가야"

지난해 방송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 거부로 방송사상 최초의 정파를 겪은 iTV 구성원들의 재건 노력이 활발하다. 그러나 노조원 중심의 ‘희망조합’과 노조 탈퇴자 및 간부들 중심의 ‘비대위’가 서로 다른 방향의 활동을 벌이고 법인이 유효한 회사 측의 의견 또한 다른 가운데 회생을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 신뢰 구축’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iTV 구성원들 엇갈린 행보



지난달 31일 마지막 방송 이후 iTV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분명히 한 채 갈라졌다.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을 상대로 공익적 민영방송의 기치를 내걸어 온 노동조합과 재허가 추천 거부를 겪고 폐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노조를 탈퇴한 구성원들과 기존 간부들 중심의 비대위가 그것.



또한 사실상 비대위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측의 움직임까지 iTV 구성원들의 엇갈린 행보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시각차는 상호 신뢰가 깨졌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지난 7일 iTV 노조원들 1백59명은 개개인 명의로 퇴직금 등의 임금채권 회수 확보를 위해 회사를 상대로 인천지법 파산부에 파산선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파산선고 신청서를 제출한 이유는 회사 측이 ‘향후 퇴직금과 관련하여 일체의 민, 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퇴직금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의 방침이 ‘도덕적 해이’이며 경영진의 회사 정리 절차가 투명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이에 사측은 12일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아직 FM과 디지털TV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주주를 영입할 수 있고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거부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조합원들의 파산선고 신청을 막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주주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 “조합원들을 제거한 후 iTV 법인을 유지시키고 새로운 사업자를 영입한 후 사업권을 회복하겠다는 위장 폐업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iTV 사측은 17일 서면 이사회를 통해 인천 YMCA 이창운 회장을 신임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의 선임은 갈등 주체 등과의 대화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며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노조 대표를 만나볼 것이며 방송위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나가며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희망조합 “제2창사 주춧돌 될 터”



iTV 노동조합은 새해부터 ‘희망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대주주를 상대로 싸워온 그간의 이미지가 ‘강성’으로 비춰진 데 대한 쇄신이다.



희망조합은 지난 3일부터 방송회관 방송노조협의회 사무실을 임시로 사용해 오면서 ‘제2창사’를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과 서명운동, 촛불집회 등을 주도했다. ‘iTV 살리기 촛불집회’는 인터넷상에서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매주 금요일 방송회관 앞에서 실시되던 것이 인천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시민단체와 연계해 진행 중이다. 희망조합은 21일 사무실을 인천으로 옮기고 현판식 등을 가질 예정이다.



희망조합은 최근 ‘공익 민방’ 기치가 외부에서 오해를 사는 등 당초 의도와 달리 비춰지자 ‘열린 민방’으로 바꾸면서 시민이 참여하는 시청자법인을 설립하고 대주주의 30% 지분과 경영권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합은 향후 ‘제2창사 준비위원회’ 발족을 위한 주비위를 구성해 실무 작업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비위는 인천, 서울 등 시민단체 관계자와 학계 인사들로 구성되며 현재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iTV 희망조합 노중일 기자는 “iTV 재건은 경인지역 시청자 주권의 회복이라는 의미라는 점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고 있다”면서 “지금 현재는 각기 다른 의견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함께 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위, iTV 관련 공청회 예정



iTV 향후 행보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각기 다른 의견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iTV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인 3월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렇다 할 원칙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 양상을 지켜보겠다는 것.



방송위는 3월 중에 iTV와 관련해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방송위가 차후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새로운 사업자 신청 △주파수 반납 △외주채널화 등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움직임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iTV의 회생 움직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간의 신뢰 회복’이다. 어떤 방향의 진행이건 결국 조직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과거의 잘못된 점과 고쳐야 할 점은 서로 떠넘길 사안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몫”이라며 “힘을 하나로 뭉쳐도 될까 말까한데 감정의 골이 깊더라도 뭉쳐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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