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상 수상소감) 친일파 행적 조사중 토지관련 기사 '포착'

기획보도부문-피고 대한민국…




  SBS 유희준 기자  
 
  ▲ SBS 유희준 기자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SBS 시사보도 프로그램 뉴스추적은 3백회 특집을 앞두고 있었다. 3백회용 아이템을 고르고 또 고르다 보니 사전 취재에만 한 달이 넘게 소요됐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획회의 때 8·15 광복절 직후에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만큼, 친일파의 행적을 추적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친일파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 여러 차례 다뤘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이 가질 않았다. 그런데 친일파와 관련된 방송이나 기사들을 검토해 보면서 토지와 관련된 기사가 유난히 많은 사실에 주목했다. 가령 친일파 송병준이 애국지사 민영환의 땅을 뺏었는데, 그 후손들이 소유권 반환소송을 냈다든지, 아니면 매국노 이완용의 후손이 땅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보도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우선 후배인 진송민 기자에게 역사학자들을 만나 관련 소송의 배경과 이면을 취재해보라고 지시했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친일파들의 토지 소송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놀라운 것은 일제 때 토지 관련 공문서 상당수가 해방 이후 혼란과 한국전쟁을 틈타 멸실되거나 소실됐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토지브로커들은 그런 점을 악용해 친일파의 땅은 물론이고 국가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토지에 대해서도 소유권 반환소송을 제기하고 있었고, 이런 소송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경기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했다.

취재 결과 피고가 대한민국인 국유지 관련 민사소송은 한해 평균 무려 1천4백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조원이 넘는 국유지 반환 소송에서 국가 패소율은 무려 40%선. 한 건에 몇십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원이 넘는 국가재산이 걸린 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가의 대응은 허술하기만 했다. 이런 국유지 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검사는 전국에 10명도 안됐다.



국유지 관련 소송에 허술하게 대응하는 동안 국민의 재산인 국유지가 토지브로커 일당들에게 야금야금 떼먹히고 있었던 것이다. 취재진은 어렵사리 토지관련 소송기록일체를 입수하고 전면적인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제작진은 더 나아가 국유지 반환 소송의 배후에 숨어있는 토지 브로커들을 추적, 고발하는데 주력했다. 후일담이지만, 소송과 관련된 토지관련 공문서 위·변조 사건은 취재진이 깊이 파헤쳐 들어갈수록 의문과 의혹이 증폭됐고 취재진의 긴장과 관심을 끝까지 유지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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