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도 벤처 열풍 ··· 기자이직 속출
'기존 언론사 구조 변화 흐름 따라잡지 못해', 정통부 출입 중앙지 기자 반년 새 9명 떠나
김일/김상철 | 입력
2000.11.08 00:00:00
새 천년을 전후해 언론사를 떠나는 젊은 기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언론계를 강타한 벤처 열풍이다. 기자들, 특히 신문기자들은 정보통신 관련 벤처 기업들의 주요 스카웃 대상이며, 직접 창업에 나서는 기자들도 적지 않아 중앙일간지 퇴직 기자만도 50명 선을 상회한다. 전문지, 잡지 포함 60여 명이 출입하는 정보통신부 기자단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사표를 내고 나간 중앙일간지 기자만 9명이다.
이창호 중앙일보 인터넷부 팀장과 한국일보 정보통신부 출입이던 김광일 기자, 한국일보 과학담당 선년규 기자 등 3명은 지난 연말 퇴사, 아이뉴스24(iNews24)를 설립했다. 정보통신 온라인신문인 iNews24는 3월 1일 인터넷 사이트를 개통한다는 계획이며 대표이사는 이창호 팀장이 확실시 된다. 서울경제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청와대를 출입했던 최창환 기자도 올 초 사표를 내고 인터넷 뉴스제공 업체인 이데일리(E-Daily)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E-Daily는 경력 기자 20~30명 선을 채용할 방침이어서 기존 언론사 기자들의 퇴직 바람은 가열될 전망이다.
중앙일보에선 1일자 인사 이후 3명의 기자가 사표를 던졌다. 카이스트(KAIST) 박사 출신인 이민호 정보통신 전문기자는 삼보컴퓨터 상무로 전직했으며, 사회부로 발령 받은 기획광고팀 유상현 기자와 문화부 문석 기자는 각각 인터넷 기업 창업과 인터넷 컨텐츠 기업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손형국 기자는 보이스텍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음성인식 기술 개발업체인 보이스텍의 한국지사인 보이스텍코리아에는 강수웅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이 거액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스텍코리아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약한 L&H의 한국지사 L&H코리아에는 경향신문 엄판도 기자가 합류했다. 세계일보 김은국 기자는 골드뱅크로 이직했다.
또한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정보통신 인터넷 신문 '머니투데이'에는 일간지 기자들이 대거 몰려 있다. 공동 대표이사인 류석기(서울경제 정경부장).홍선근(한국일보 논설위원) 부장을 비롯, 김준형(한국일보) 홍진석(세계일보) 최서영(한국일보.와이즈 데이터베이스) 정민구(세계일보) 이기형(서울경제) 박종인(경향신문)기자 등이다. 머니투데이에는 추가로 10여 명의 일간지 기자들이 가세할 예정이다.
인력난을 빚고 있는 경향신문에선경제부허원순, 김재승 기자와 재입사했던 최소영 기자가 다시 사표를 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문화일보 디지털타임스에 입사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상현 주간동아 기자는 최근 이름을 바꾼 동아일보 자회사 동아닷컴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윤종현 매일경제 기자도 벤처기업으로 발을 돌렸다.
이밖에 조직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조선일보에서도 연말을 전후해 젊은 기자들이 회사를 그만 뒀다. 특색이라면 편집부 기자들의 대거 퇴사이다.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편집부 박기연 기자가 떠난 데 이어 이상욱 기자는 일본의 경영 컨설팅 회사 취업을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편집부 선주성 기자도 건강.마라톤 관련 창업 목적으로 이달말 퇴사할 예정이다. 또 석종훈 정보통신팀장은 7일자로 사표가 수리돼 미국 실리콘밸리 뉴스로 떠나고, 사회부 이효재 기자는 3월 1일자로 휴직이 결정됐다. 이에 앞서 벤처 진출은 아니지만 회사 안팎의 사정으로 그만 둔 기자들도 상당수이다. 총선 출마 예정인 김창수 주간조선 차장을 비롯, 편집부 이상근.사회부 최승호.편집부 조희련.편집부 노주윤.사장실 임정욱 등이 전직.창업.유학 등을 위해 퇴사 또는 휴직 대열에 합류했다.
벤처행을 택한 기자들은 "뉴스산업의 틀이 바뀌고 있지만 기존 언론사 구조에선 이러한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퇴직 이유를 들었다. 또 "기자들만큼 정보통신업계를 잘 아는 직종도 별로 없어 벤처업계에서 스카웃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일간지 경제부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기자출신 인사들이 조직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기존 기업 홍보실이나 정부부처 공보 업무로 향하던 기자 전직 구조가 보다 전문 영역으로 확대되는 발전적 방향"으로 이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