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언론 독점제휴 벗어나야
1대1 관계 고집 비즈니스 손해
보도성향보다 사세따라 연대해
김신용,손봉석,김창남 기자 | 입력
2005.04.06 09:20:57
한국과 일본의 언론사간 제휴가 지나칠 정도로 ‘1대1계약’을 중시하는 독점적 관계라는 지적이다.
특히 양국 언론사들이 보도성향이나 이데올로기 정체성이 달라도 社勢 등에 따라 제휴관계를 맺은 상태여서 비즈니스 활동 자체가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더구나 일부 언론사의 경우 기자교류나 지면공동게재 등 교류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휴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국내 언론사들도 미국과 중국 언론사의 경우처럼 자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언론사와도 연대를 맺는 ‘실리적 제휴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983년 5월3일 반공을 사훈(社訓)으로 하는 보수·우익계 신문인 산케이신문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두 신문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공동세미나, 기사교류, 기자연수 등을 실시했을 뿐 이후의 교류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한국일보는 국내언론사로는 처음으로 1960년 10월1일 요미우리신문과 제휴관계를 맺었으나, 그 역사성에 비해 활발한 교류관계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상호 기사와 관련된 사진을 도움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언론계에는 양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신문이 제휴사를 옮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서울신문도 1988년 12월26일 도쿄신문과 제휴관계를 맺었으나 교류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채수삼 사장이 지난해 12월 “지면개선을 위해 도쿄신문을 벤치마킹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후 한 차례 방문이 이뤄졌다.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국내 언론사는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방송3사, 연합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언론사들은 문화사업, 기자교류, 기사상호게재 등 활발한 제휴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 역시 1대1 제휴관계란 큰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1987년 11월11일 ‘양사의 협력강화를 위한 각서’를 교환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기사 및 기자교류, 공동여론조사, 지자상호교육 등을 실시해왔다. 또한 양사 사장들은 격년, 편집국장들은 1년에 한 번 각각 상호방문, 공동사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일보도 1963년 6월 양사협력관계를 체결한 이후 1991년 취재, 사업 등에 대해 상호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한·일환경상’을 공동주최하고 있다.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의 경우에도 독점적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은 신문사나 마찬가지이다. KBS는 NHK, MBC는 산케이신문 계열방송인 후지TV, SBS는 요미우리신문 계열방송인 니혼TV, YTN은 마이니치신문 계열방송인 TBS와 각각 제휴관계를 체결했다. 연합뉴스는 일본 언론기관이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교도통신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이들 방송사와 통신사들은 드라마, 기술, 뉴스, 문화사업 등 다양한 교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1대1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독점적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며 “이제는 시대조류에 맞게 한·일 언론사 제휴관계도 독점제휴관계에서 탈피,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