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분열 수습 급선무

노·사 및 노·노 갈등 원인 파악해야

지난달 23일 밤 벌어진 KBS 노무팀 직원의 노조회의 ‘불법 녹음’ 파문이 사건발생 10일 만인 1일 노사합의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불과 10일 동안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사장 퇴진운동까지 전개되는 등의 노사간 갈등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한 이번 KBS ‘불법 녹음’파문은 상황의 전개속도 만큼 구성원들에게 있어 큰 상처를 안겨줬다.



노조가 사장 퇴진 투쟁운동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동안 노조 조합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사내 직능단체들로부터 성급한 조치라는 거센 반발을 샀다.



심지어 이들 KBS 직능단체들은 노조가 정 사장 출근저지투쟁 등 강경투쟁을 강행할 경우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을 하는 등 노조 집행부의 조합 대표성에 찬물을 끼얹는 양상을 빚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노조출범 이후 물밑에서만 거론되던 지역간, 직종간 노·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 됐다.



KBS 사측 역시 정 사장 출범 이후 ‘반 정연주’ 세력의 노조가 출범됐다는 적대의식에 사로잡혀 상생의 대화를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순히 ‘불법녹음’사태가 사장퇴진 운동까지 불러온 원인이 됐다 하기엔 그동안 노조출범 이후 노사 갈등이 너무도 많은 곳에서 빈번히 충돌해왔다는 점에서 과장된 점이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KBS 내부 구성원들은 단순히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앞서 내부 갈등의 원인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피력하고 있다.



KBS 노조는 이번 사태가 끝난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점으로 분열된 조합원들을 단결과 화합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를 한 아름 떠안았다.



특히 오는 2006년부터 도입되는 복수노조 허용이 그동안 단일 언론노조로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단합된 세를 과시했던 KBS 노조를 자칫 지역별, 직능단체별 각각의 다른 생각으로 내몰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번 노조 투쟁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던 KBS 내부의 한 구성원은 “현 노조가 지역국 중심의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다 내부마저 방송 행정, 기술직군 위주로 집행부가 구성돼 타 직군 구성원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는 하소연에서처럼 구성원 전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 정 사장 퇴진운동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개하면서도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를 비롯 산별노조 상위 단체의 적극적 지지세를 얻지 못한 것 또한 ‘안팎 곱사등’이라는 표현처럼 KBS 안팎에서 노조활동에 대한 강한 신뢰를 얻지 못한 점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반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사측이 해결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현 노조집행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노사 관계는 암울한 관계의 연속이었다.



‘인력운용방안’문건 유출에서부터 지역국 구성원들의 소외의식에 따른 반발, 노사협의회 불성실한 참여, 정치권 외압에 따른 정 사장의 성급한 조치 등은 이미 최악의 노사관계를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불법녹음’ 사태가 정 사장 사퇴를 몰고 온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을 뿐 이같은 단일 사건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했다고 보기에 석연치 않다는게 모두의 공감된 목소리다.



더욱이 이번 ‘불법녹음’ 사태를 조기진화하지 못한 책임도 앞으로 KBS를 이끌어갈 정 사장 행보를 좁히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주 사장은 이같은 사내 분위기를 읽은 듯 ‘불법녹음’사태 해결 직후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의 KBS’를 만듭시다’란 제목의 글을 사내게시판인 ‘KoBis’에 띠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갈등과 분열이 아닌 내부의 단합과 혁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종철 노조위원장 또한 4일 노조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이 모든 상처가 노조를 사랑하고 KBS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빚어진 것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며 “한걸음을 내딛더라도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하나 되는 노조를 위해 더욱 열심히 매진하겠다”는 소회로 내부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KBS 내 한 구성원은 “이번 사태로 외부로부터 국민방송인 KBS에 대한 신뢰실추 등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은게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 전체가 열린마음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해 노·사관계는 물론 노·노 관계 또한 열린마음을 통해 서로가 이해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의 매듭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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