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기자 대이동'
IMF 감원한파 2년만에 대규모 이직 바람, 인터넷매체·신생지 창간·잇딴 증면 기폭
김일/김상철/박주선 | 입력
2000.11.13 12:50:01
기자들의 대규모 이동이 수그러들 줄 모른다. 지방에서 서울로, 언론사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그 양상도 다양하다. 한 기자는 "언론 노동시장의 유연화랄까. 아무튼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제지는 아예 경력기자로 외부의 전문인력 영입에 나섰다. 기자 이동은 IMF 직후 불어닥친 대규모 감원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신생지 창간과 증면, 인터넷 매체 출현 등에 기인한 바 크다. 긴축경영을 내세우며 대규모 감원을 부른지 2년 여만에 널 뛰는 최근의 '기자 수급' 양상은 '가벼운 만큼 불안해진' 기자사회의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
▷경력기자 지방에서 서울로
31일자부터 'Money&Money' 섹션을 신설하는 경향신문은 편집 경력기자로 5명을 선발했다. 코리아헤럴드 출신 1명을 제외하곤 4명 모두 지방신문 출신이다. 경향신문은 지원자 47명 대부분이 지방 기자들이었다고 밝혔다.
창간 준비 중인 파이낸셜 뉴스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30여 명 가운데 10명이 지방신문 출신이다. 지난해 9월 공채에서는 18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서울과 지방 비율은 6 대 4 정도였다. 파이낸셜 뉴스는 앞으로 60~7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이미 55명 선의 경력기자를 영입한 디지털타임스도 계속 인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전자신문 기자들이 상당수 포진한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연말 경력기자 모집 당시 지방신문 기자들이 대거 몰린 데다 서울지역 기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인력수급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창간한 스포츠투데이의 경우 편집부 34명 가운데 21명이 지방신문 출신이다. 기자조판제를 실시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기자조판 경험이 많은 지방 기자들이 대거 채용됐다. 이 신문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양상에 대해 "서울에서 한번 승부를 걸어보려는 의욕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한 근무여건이 이직의 주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인터넷·벤처행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의 벤처행은 금감위 출입기자들의 인터넷 신문 진출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일보 유승호, 매일경제 김헌수, 서울경제 이종석, 한국경제 허귀식 기자 등이 머니투데이와 이데일리에 둥지를 틀었다. 동아일보 김학진 정보통신팀장은 지난 1일 사업국으로 발령 나자 사표를 내고 한국소프트웨어투자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눈길 끄는 사례로 사이버중앙에서는13~19일사내 전자게시판에 중앙일보 편집국 기자 가운데 재입사 조건으로 2명의 희망자를 모집했다. 사이버중앙은 당초 우려를 깨고 이순남, 김상국, 박경덕, 김선익 기자 등 4명이 지원하자 모두 채용키로 했다.
▷'새 실험' 전문인력 영입
경제지에서는 경력기자로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이달 들어 경력·수습기자 모집에 나선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는 경력기자의 경우 경제연구소 출신, 석·박사 우대 등을 내걸었다. 지난주 인선을 확정한 결과 양상은 엇갈렸다.
서울경제에는 경제 관련 석·박사,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펀드매니저, 증권이나 은행 종사자들이 몰렸다. 6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기자 출신은 5~6명 선이었다. 서울경제는 이들 전문인력 위주로 10명 정도의 경력기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경제 역시 경제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대거 지원했으나 최종 인선과정에서 기존 경력기자 채용에 무게를 뒀다. "비기자 출신은 신청자에 비해 합격률이 낮다"는 전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