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조판제 확산... '우려'도 커져

신문사, 경영합리화 차원 속속 도입
업무량 증가로 완성도 떨어져...신뢰도 하락

편집기자들이 조판업무까지 담당하는 ‘편집기자조판제’(이하 기자조판제)를 도입하는 신문사가 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장기불황과 맞물려 ‘경영합리화’란 차원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편집기자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제도도입과 함께 편집기자들의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기사 완성도에 악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신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기자조판제 시행에 앞서 내부 공감대 형성과 함께 장기적인 계획 아래 철저한 사전 교육이 병행되어야만 제도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자조판제 실시 현황
실시 여부도입 시기편집부 인력비 고
경 향계획 없음-39명-
국 민전면 실시199931명-
내일전면 실시2000-취재기자 취재 편집 조판 병행
동아논의 중-45명기자조판제 도입 논의 중
문화부분 실시200422명-
서울계획 없음-34명-
세계부분실시 예정2005. 9월 예정35명6월부터 조판교육 실시
조선부분 실시200042명-
중앙부분 실시200445명-
한겨레부분 실시200531명-
한국전면 실시200430명-




◇현황= 현재 주요 종합일간지 중 편집기자조판제를 전면 실시하는 언론사는 국민일보(시행년도 1999)와 내일신문(2000), 한국일보(2004)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내일신문은 독특하게 모든 기자가 팀 단위로 번갈아 취재와 편집, 조판업무 등을 분담하고 있다.



또한 현재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신문사는 문화일보(2004) 조선일보(2000) 중앙일보(2004) 한겨레(2005) 등이 있다.



한겨레는 지난 4월부터 문화 경제 증권 등 일부 면을 중심으로 기자조판제를 도입했다. 한겨레는 매월 2개면씩 적용 폭을 확대, 향후 기자조판제 전면 실시를 검토할 예정이다.



세계일보도 9월 제도 도입에 앞서 이달부터 편집기자들을 대상으로 조판교육에 들어갔다. 세계는 1단계로 섹션 등을 중심으로 11~12면을 기자조판으로 제작한 뒤 내년 하반기쯤 전면실시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동아일보도 편집기자조판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도입 배경 및 운영= 기자조판제는 무엇보다도 경비절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각 사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추가적인 인력 충원 없이 현 인력구조로 신문을 제작하기 위한 방편도 녹아있다.



실제로 한 신문사는 기자조판제를 도입함으로써 연간 3억4천만원 정도의 경비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겨레는 제작인력 8명이 빠져 나가면서 생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자조판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기자조판제가 ‘경영합리화’란 측면에서 시행되면서 각 사별로 ‘운용의 묘’를 살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례로 국민의 경우 현재 1면만 편집지원팀(5명)이 협조하고 나머지 지면은 편집기자들이 조판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다.



중앙은 종합면, 사회면, 스포츠면, 사설 및 오피니언면 등 13면을 제외한 모든 면을 기자조판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아울러 나머지 유효 인력은 편집의 전문화를 위해 올 초부터 종합면 등 일부 면에 배치, 제목뽑기와 레이아웃 비주얼물 등 세부분야를 편집기자 개개인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및 과제= 일각에선 기자조판제 도입에 따라 편집기자가 판을 자유롭게 짤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본령인 ‘제목 뽑기’를 위한 작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여러 업무를 병행함에 따라 오탈자 등 기사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편집기자들 사이에선 기자조판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간편한 조판시스템 마련 △완전 출고 △조판수당 지급 등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술적으로 조판시스템 조작이 용이해야만 부서간의 이동시 새롭게 배치된 인력이 쉽게 판을 짤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사에 대한 완전출고가 이뤄져야만 편집 및 조판 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야근 편집조의 경우 갑작스러운 사건·사고 발행시, 편집과 조판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또한 편집기자들은 다른 부서와 달리 ‘주 5일 근무제’에서 소외되는 등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는 가운데 또 다시 기자조판제 시행에 따라 업무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편집기자협회 박정철 회장은 “경영합리화라는 측면에서 편집기자조판제가 도입되면서 편집기자들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사에 대한 완성도에 영향을 미쳐, 자칫 신문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나타나고 궁극적으로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