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50) 잊지 않겠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딸을 잃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부모가 기자들에게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 아이 얼굴에 모자이크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2022년을 시작하며 지난해 취재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공군 성폭력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예람 중사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밝고 활달한 성격의,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20대…
[뷰파인더 너머] (49) 대수로운 바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일하다 다치지 않게라는 구호를 보거나 들을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살랑이던 머릿속에 큰 돌이 뛰어듭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일하다 다친 동료가 많은 까닭입니다. 송년회로 오랜만에 만난 한 동료는 제게 길에 서 있다가 저 차에 치이면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
[뷰파인더 너머] (48) 2022년,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넘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희망의 미래로 가느냐, 갈등과 분노의 구시대에 갇혀 제자리걸음만 하는 과거에 머무느냐.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더라발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뷰파인더 너머] (47) 제철을 찾고 싶은 철쭉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공원에서 봄에 피는 철쭉이 온화한 겨울날이 계속되자 봄이 온 줄 알고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누구는 철쭉이 철이 없다, 철을 잊었다며 우스갯소리로 철딱서니 없는 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철쭉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못한 것이 자기 책임은 아니니까요. 1880년 인류가 기온 관측을 실시한 이래, 202
[뷰파인더 너머] (46) 수고했어요, 그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주말 서울 도심을 걷다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네요. 반짝이는 조명과 설레는 홀리데이 BGM, 행복한 연말 분위기가 잠시나마 코로나 시름을 잊게 합니다.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올해도 벌써 보름밖에 안 남았네요. 2021년은 코로나 기억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삶
[뷰파인더 너머] (45) 한 해 동안 애쓰셨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계절의 선물 같은 운해가 펼쳐졌습니다. 안개와 구름이 겹겹의 산들을 실루엣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지우고 또 지워 최소한의 것만 드러내 이런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위대함이겠지요. 창에 렌즈를 바짝 갖다 대고 비행 내내 셔터를 눌렀습니다.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그만큼의 위로를 받는 듯했습니다.올 한 해 동안 참여했
[뷰파인더 너머] (44) 출렁이는 욕망의 행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명승지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출렁다리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빼어난 풍경이 있는 곳이라면 산이든 강이든 가리지 않고 지어지는 이 구조물은 전국적으로 2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새로운 출렁다리 25개가 생겼다. 한 달에 2개씩 늘어난 셈이다. 잔도, 부교, 케이블카 등 출렁다리와 동일한 원리로 재현된 관광 시설물
[뷰파인더 너머] (43) 두 계절의 조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올해 가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늦게 와서 길게 가고 있습니다.그래서 두 계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강원 산간지역에 함박눈이 내리자 단풍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이 관광객들을 매료시킵니다. 무채색의 하얀 함박눈과 채도 높은 붉은 단풍이 서로를 돋보이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윈-윈입니다.우리도 각자가 고유한 색을 가지고
[뷰파인더 너머] (42) 난 오늘도 '기레기'가 됐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일상적 용어가 된 건지 이제 인터넷 댓글에서 기레기는 어색하지도 않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은 썩 좋진 않다. 유류세 인하, 100m 넘는 차량행렬 여기가 주유소 맛집. 지난 주말,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취재하고 이런 제목으로 출고한 사진기사 하나로 난 기레기가 됐다. 댓글의 내용들은 이렇
[뷰파인더 너머] (41) 응원한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 동기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근사한 가을 풍광 앞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오래 사진밥 먹어온 기자들이 이를 외면할 도리는 없지요.같은 해에 각기 다른 신문사로 입사해 동기로 엮인 이들이 이제 20년지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땐 물론이고, 지치고 버거울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술잔을 부딪쳐 주는 친구들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