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
첫 보도가 나간 지난 3월 3일 아침. 부산에 계신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무척 화가 나신 목소리더군요. “너 지금 제 정신이냐? 중국 경제를 취재를 한다더니.” 탈북자 취재를 시작하면서 외국 출장이 잦았습니다. 그 때마다 부모님께는 출장 이유를 그럴 듯하게 둘러댔습니다. 한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어머니는 섭섭함을 말했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새벽이면, 어머니는 끔찍함에 가슴을 부여잡고 전화를 거셨습니다. 요새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눈을 뜬다고 하십니다.…
잔혹한 납치시도 / SBS 조성현 기자
혜진, 예슬이 유괴 살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주말 오후였다. 제보 전화를 받던 후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느 아파트라고요?” 일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라고만 밝힌 남자는 대화를 오래 끌지 않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성추행범 제보를 기다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는 전화 한 통은 그렇게 3월의 마지막 날을 뜨겁게 달군 보도의 단초를 제공했다.피해 어린이의 부모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부모는 오로지 범인을 빨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제보 전단을 만들기
국가무선통합망 문제점 / 내일신문 전호성 기자
2004년 3월 국내 무선통신업체가 ‘국가재난무선망 외국제품 독점, 수백개 국내통신업체 문닫는다’는 내용의 민원을 청와대에 제기했다.대구지하철화재사건을 빌미로 국가무선통신망 시스템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감사원 보고서. 이를 계기로 감사원 정통부 국무조정실 행자부가 나서 전국 1천4백40여개 기관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 교체작업에 나섰다. 실무 책임기관은 행자부 산하 소방방재청이 맡았다.검증되지 않은 외국시스템이 한국무선통신시장을 휩쓸었고, 국내 수백개 업체가 도산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제기한 민원은 묵살됐고…
2백11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발표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학순)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제2백11회(3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내일신문 전호성 기자의 ‘국가무선 통합망(TRS 사업) 문제점 보도’ 등 모두 5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5월7일 오전 11시30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취재보도 부문 △ 내일신문 행정팀 전호성 기자 ‘국가무선 통합망(TRS 사업) 문제점 보도’ △ SBS 사회2부 조성현, 한정원, 김
긴급진단, 세금먹는 교통시설물
차선규제봉 한개 설치비용이 10만5천원? 도로소모품에 불과한 차선규제봉이 이렇게 비싸다는 사실은 취재기자로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담당공무원들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반응.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하자 각종 의혹이 이어졌다. 차선규제봉의 납품가격은 8천원부터 8만원까지 지자체별로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인터넷 등에서 거래되는 시중거래가격과 관공서 납품가격 간의 차이도 4~5배나 됐다. 또 도로미관을 저해하고 운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5년 건설교통부는 일선 지자체에 차선규제봉의
미래의 자원, 해조(海藻)
정년을 1년 앞둔 제주대학교의 원로교수가 최근 바다 식물인 해조류 도감을 냈다. 1968년 문교부에서 펴낸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히 40년 만에 나온 해조류 도감이다.일본 취재갈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일이 서점에 가서 어류와 패류,해조류 등 각종 도감을 사오는 일이었다. 그 만큼 해양 관련 연구와 투자가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바닷속에는 해녀나 어부들이 잡는 물고기나 소라와 전복같은 패류외에도 활용가능성이 높은 자원들이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해조류다.먹을 것으로만 알았던 해조류가 이제는 의약품의 원료로, 종이로, 석유를…
인수위 장어 향응 파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장어 향응 파문’을 취재하면서 두 가지를 느끼고 배웠다. 쓰지 않는 사람은 ‘기자’(記者)가 아니라는 것과 기자의 본능적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경인일보는 2월18일 월요일자 1면 머리기사로 ‘인수위 장어 향응 파문’을 단독 보도했다. 경인일보가 취재에 들어간 것은 2월15일(금요일). 주5일 근무제로 인해 토요일자 신문은 없었다. 인천시 고위 관계자들은 본보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막으려고 했다. 취재기자들도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결함
처음 보는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라는 장치에 관한 취재였다. 제보를 한 시각장애인을 따라가 현장을 확인하니 실제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게 자칫 시각장애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서는 달라질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가려주어야 그나마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언을 구할 전문가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소한 전파공학에 관한 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업체와 발주처 조달청 국가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보고서
“코치가 밤마다 아이들을 하나씩 끌고 나가는 데 그걸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들이 손발을 서로 묶고 벌벌 떨면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자신의 어린 딸이 겪어야 했던 그 참담한 상황을 털어 놓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도 딸을 키우는 못난 기자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부끄러웠다. 몇 년 전 일부 코치들 사이에 떠돌던 소문이 기자의 귀에까지 들렸을 때 설마 하고 넘어 갔었다.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했었다.기자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주소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공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지난해 12월초에 참여연대 측으로부터 대학 등록금 관련 기획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노동부에서 교육부로 출입처를 옮긴 2007년 초부터 질문 하나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터라 냉큼 그러자고 대답했다. “저임금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사회에서 교육권이 어떻게 보장 되냐”는 것인데, 교육계의 복잡한 지형을 겨우 눈에 익힌 교육담당 1년차로서는 해답 찾기가 쉽지 않았다.특별취재팀은 나를 포함해 일단 3명으로 단출하게 출발했다. 전국 25개 대학에서 등록금 설문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