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가 남긴 방파제를 지키는 법
오늘(14일)은 가수이자 배우였던 설리(고 최진리씨)의 1주기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듣고 “영광스러운 날이네요. 모든 여성들에게 선택권을”이라고 쓴 그가, 살아있었다면 형법상 낙태죄를 존치시키는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에 반기를 들지 않았을까 싶어 마음이 더 무겁다.설리의 죽음 이후, 내가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다. 여성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무례한 비난과 성희롱들을 비판해오면서도, 기꺼이 그의 편이 된 적이 없었다. 내심 그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언론, 그리고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뼈아픈 이유
한창 유튜브 ‘뒷광고’가 논란이었다. ‘내돈내산’ 리뷰라 해서 믿고 봤더니, 수백에서 수천만원짜리 광고나 협찬이었던 것이다. 구독자들은 배신감에 들끓었고, 도마에 오른 유튜버들은 잇달아 사과하거나 결국 하차했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언론의 파이를 유튜버들이 다 가져간다는 기자 및 관계자들과 언론사도 뒷광고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소비자들이다.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현재 가장 사람의 시선이 몰리는 곳이 어딘지 규명해준다. 신문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지러운 시대에서 소신을 밝히는 1인 혹은 소규모 단체에서…
LG 박용택은 왜 은퇴 투어를 하지 못했나
네이버가 지난달 27일부터 스포츠 뉴스의 댓글 기능을 없앴다. 댓글 없는 뉴스는 ‘침묵의 007빵’ 게임을 닮았다. 말문 막힌 네티즌들은 “읍읍”대며 뉴스 이모티콘(좋아요, 슬퍼요, 화나요 등)으로만 감정을 표현한다. 악플의 넛지 효과가 사라져서인지 요즘 야구 뉴스에선 시뻘건 ‘화나요’ 이모티콘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러자 떠오른 궁금증. “댓글 기능이 좀 더 일찍 사라졌다면, 박용택의 은퇴 투어가 가능했을까.”지난달 초 프로야구선수협회가 LG 박용택(41)의 은퇴 투어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이버 야구 뉴스란이 뒤집어졌다.
캐리어를 끄는 할머니
여행 에세이는 환상을 자양분으로 읽힌다. 이국적인 풍경,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는 우중충한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우리를 누추한 일상에서 순간이동시켜 금세 지구 반대편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여기 참 이상한 여행 에세이가 있다. 주인공은 부산의 ‘보통 할매’ 71세 김원희 할머니. ‘9박11일 유럽 12개국 완전정복’같은 패키지여행보다는 직접 항공권을 검색하고 캐리어를 끌 때 에너지가 솟아나는 김 할머니는 언제나 ‘자유’ 여행을 꿈꾼다. 여행 준비의 시작은 관절약과 소염제, 파스와 찜질팩 챙기기.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여행기는 추한
용두사미 여름 전망
다사다망(多事多忙)했던 여름이 끝났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여기저기서 물난리를 겪었다. 여름의 시작부터 끝까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날씨였다. 지난 8년여 동안 다양한 날씨를 겪고 보도해왔지만 올여름은 그 정도가 심했다. 수많은 날씨 기록들이 새로 쓰였다. ‘기상망명족’들도 생겨났다.기상청은 지난 5월22일, 계절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씨 전망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첫 타이틀은 올여름 평년보다 무덥고 작년보다 폭염일수 늘 듯 이었다. 무더위의 절정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이고 올여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
누가 '빚투'에 돌을 던지랴
요즘 자산시장에서의 ‘패닉 바잉’에 대한 기사를 흔히 본다. 집값이 더 뛸 것을 우려해 30대들이 허겁지겁 서울의 집을 사들인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도 퇴근 후 미국 주식 직구에 몰두하는 직장인, 내무반의 병정개미, 밀레니얼 주린이(주식초보), 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당겨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했다는 40대 이야기들은 엄청난 클릭 수를 끌어 모았다. 그만큼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양면성이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전달하지만 그 자체가 대중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기도 한다
무죄추정 원칙의 남용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계기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다시 논란이 됐다.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용어사전)을 언론이 위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행위도 재판을 통해 확정된 바가 없는 만큼 언론이 가치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2016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기는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
현란해진 북한의 메시지 변화… 소통 능력 키워야
호모 사피엔스는 소통으로 살아남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훨씬 강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승리한 인간종이 된 요인으로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을 토대로 한 협동 능력을 꼽았다.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는 훨씬 복잡다기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말을 하고 편지를 쓰고 담화를 내며, 모바일 기기로 문자와 이모티콘을 날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전략적 함의가 담긴 소통이 이뤄진다. 각국 정부와 언론매체는 우방과 적국에서 나온 메시지를 신속하게 포착하
'조희연 칼럼 게재'에 대한 어떤 반성문
혼란과 분노, 자조와 자괴가 몰아치는 날이 7월 내리 계속되고 있다. 전자는 2020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으로서, 후자는 기자로서 느끼는 감정의 거스러미들이다. 지난 6일, 사법부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며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얄팍한 이해도를 드러냈다. 같은 날 근조 화환이 도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빈소에선, 성범죄로 복역 중인 그를 ‘민주투사’에 빗대는 어느 정치인의 몰지각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지난 10일 새벽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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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곳간, 재정은 늘 부족합니다. 세금을 더 걷기도 어렵습니다. 정부지갑은 늘 빈털터리입니다. 만약 돈이 필요한데 중앙은행이 마음껏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경제는 조폐창 윤전기를 많이 돌릴수록 좋아지겠죠? 그런데 그런 시절이 왔습니다. 혹시 돈 필요하세요? 중앙은행이 찍어드립니다.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위기의 기업들에 직접 돈을 꿔주는 겁니다. 벌써 4억달러어치나 샀습니다. 중앙은행이 동네 새마을 금고도 아니고…. 지난 양적완화(2008~2014)때 4500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