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와 자민당의 방송통제 시도
지난달 20일 도쿄 소재 주요 방송사 편성국장, 보도국장 앞으로 한 통의 문서가 전달됐다. 발신인은 집권 자민당 하기우타 고이치 자민당 부간사장과 후쿠이 데리 보도국장으로 ‘선거기간 보도의 공평 중립 및 공정확보에 관한 요청’이라는 제목의 문서였다. 하기우타 의원은 아베 수상의 핵심 측근 중 한 사람이다. 자민당은 이 문서에서 “중의원 선거는 선기기간이 짧은 관계로 보도내용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 어떤 방송국이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해서 편향보도를 하고 이를 자랑하기도 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며 출연자의
우리 주변의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헐크 호건에게 매달린 5세 아이의 심정이었다.”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죽인 경찰관 대런 윌슨이 지난 9월 검사와 대배심 배심원들에게 한 이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직관적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 비록 18세 고교졸업생이지만 키가 195㎝로 별명이 ‘빅 마이크(Big Mike)’였던 브라운은 “악마”로도 묘사됐다. 게다가 그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치고,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총에 맞은 뒤에는 성난 모습으로 변해 총을 겨누고 있던 경찰관을 향해 돌진했다지 않는가. 브라운은 쓰러지는 도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 대학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전공 교수가 학생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이스라엘의 이미지는 어떤가?” 학생은 솔직하게 답했다. “창조 경제의 모델 국가로 떠올랐지만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치르면서 이미지가 조금 안 좋아진 것 같다.” 돌아온 교수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것은 아닌가?”이스라엘 사람들은 외부의 시선에 상당히 민감해 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그런데 당신은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여지없이 들어온다. 주위…
‘처벌받지 않는 권력’이 문제
브라질 사회가 요즘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떠들썩하다. 중남미 지역 최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브라질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비리 의혹이 가져오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브라질 연방경찰은 페트로브라스와의 거래 과정에서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가 드러난 기업인 20여 명을 체포했다. 최소한 14개 기업이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인들은 페트로브라스 경영진과 협상하면서 금액을 실
시진핑 주석의 소통,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2년 만에 14억명 중국 인민들의 마음과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며 최고 지도자가 된 지 15일로 2주년을 맞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 나오는 평가다. 그는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총서기로 취임한 날 전 세계를 향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이어졌던 굴욕과 수모의 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 중국이 떨쳐 있어났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식화한 것이었다. 총서기 취임과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임자인 후진타
산케이신문과 일본 언론의 오해
산케이신문 기소문제로 지난달 일본 방송에 출연했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텔레비전 아사히다. 한국 언론의 도쿄 특파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인데 공교롭게 돌고 돌아서 필자에게 섭외가 들어왔다. 목요일 저녁 3시간에 걸친 녹화 도중 똑같은 질문을 몇번이나 받았다. 지난 8월부터 일본 방송사들이 내보낸 150회에 달하는 산케이신문 관련 보도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먼저 왜 조선일보를 그대로 인용한 것 뿐인데 조선일보는 문제삼지 않고(기소당하지 않고) 산케이신문만 문제삼느냐(기소하느냐)는 논조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주요 방송들은 산케이신
워터게이트 특종 이끈 브래들리의 부음에 부끄러웠다
뉴욕타임스가 1971년 6월 미국 국방부 정보분석관 대니얼 엘스버그의 자료를 받아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행정부의 거짓말을 사흘 연속 보도했을 때만 해도 국가안보와의 싸움에서 언론이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연방법원은 국가안보를 해한다며 뉴욕타임스에 보도 중단을 명령했다. 아무리 진실 추구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이라지만 “반역”, “매국”이라는 공격에 초연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이 사안에 뛰어들며 흐름이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의 특종 보도에 ‘물을 먹었지만’ 자체적으로 자료를 입수해 따라가는 보도를
만약 이스라엘이 IS를 공격한다면?
국내 독자들에게 아직까지 IS(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문제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수니파니 시아파니 하는 이슬람교의 종교적 분파 갈등으로 인한 문화적 괴리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피부로 와닿지 않는 복잡한 시리아 내전 상황까지 겹치다 보면 웬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명운(命運)을 걸고 IS 격퇴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동맹국들은
남미 3개국 대선…볼리비아에 주목하는 이유
남미는 지금 선거철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남미 3개국이 대선을 치렀거나 진행 중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5일 대선 1차 투표가 시행됐다. 중도좌파 후보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중도우파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오는 26일 결선투표에서 만나 최종 승부를 겨룬다.1차 투표 득표율은 호세프 41.59%, 네비스 33.55%였다. 브라질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대통령을 꿈꿨던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21.32%를 얻으며 3위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됐다. 1차 투표가 끝난 직후 나온 여론
홍콩 민주화 시위가 주는 교훈
너무 얌전했다. 최근 민주화 시위 취재 차 홍콩을 찾아 시위대를 보고 든 생각이다. 실제로 현장은 이곳이 과연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항명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스팔트 위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거리엔 쓰레기 하나 없었다. 9월 말 10월 초인데도 한낮엔 35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으로 자원봉사대원들이 생수와 음료를 나눠주고 있었지만 시위대는 물을 마신 뒤 통과 뚜껑을 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