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와 아사히신문 때리기
최근의 일본 언론을 살펴보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보수우익 미디어의 아사히신문 때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8월5일 제주도에서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요시다 세이지씨의 증언이 거짓으로 판명됐다며 이를 보도한 해당 기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보수 미디어의 비판은 건전한 상호비판의 정도를 넘어서 사실과 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신문은 아사히신문의 오보가 위안부 강제연행 문제의 주요 근거가 되었기 때문에 아사히신문이 기사를 철회한 이상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 여부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흑인 소녀 렐리샤의 실종
“정부의 어떠한 합당한 조치로도 렐리샤의 비극적 실종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지난 3월 발생한 8살 흑인 소녀 렐리샤 러드 실종 사건에 대해 미국 워싱턴시 정부가 6개월만에 내놓은 조사 결과 보고서의 결론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시 정부는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던 렐리샤의 실종이 양육 책임을 다하지 못한 가족 등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렐리샤의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자녀 양육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쉼터와 학교에 어떻게 거짓말을 했는지 소상하게 적었다. 하지만 시 정부 공무원들이 이 아동의 실종 전 쉼터…
유대인 친구 만들기
개인적으로 지난 여름은 생애 가장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40도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의 숨막히는 기후 때문만은 아니었다. 7~8월 50일간 치러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유혈 충돌 취재를 위해 난생 처음 미사일이 쏟아지는 현장을 쫓아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2000명이 넘는 가자지구 희생자를 낸 뒤 양측은 지난달 26일 휴전했지만 이스라엘의 유일한 한국 특파원으로서 개인 차원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솔직한 기분으로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이스라엘에 와서 기사에 대한 항의를 더 많이 받고 있다. 그동안 알고 지낸 현지
중·일, 역사전쟁 뒤로는 군사경쟁
중국은 요즘 역사에 푹 빠졌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중반에 꽂혀 있다. 신문은 연일 일본의 우경화를 성토하는 글로 도배를 하고 있고, 방송은 하루 종일 항일 전쟁 드라마를 틀고 있다. 국제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상하이(上海)의 고층 건물 외벽에 ‘국가적 치욕을 잊지 말자(勿忘國恥)’는 조명등을 설치할 정도다. 그 정점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 그는 지난 7월7일 중국의 전면적인 항일 전쟁을 촉발한 7·7 루거우차오(蘆溝橋) 사변 및 인민전면항전 77주년을 맞아 베이징
브라질 대선을 흔드는 ‘아마존 여전사’
브라질 대선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여론조사에서 예상득표율 3위를 달리던 유력 야당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 브라질 정치권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브라질사회당(PSB)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후보는 지난 8월13일 리우데자네이루 시를 떠나 상파울루 주 과루자 시로 가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했다. 브라질은 49세의 젊은 정치인 캄푸스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고, 대선 캠페인도 한동안 중단됐다.캄푸스의 사망은 대선 구도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선두를 유지하며 재선을 기약했던 지
일본의 8월 저널리즘
일본에서 8월은 전쟁관련 기획물이 집중되는 달이다. 평화보도니, 반전기획물이니 하면서 피폭체험담을 포함해 새로운 전쟁체험담, 다큐멘터리들이 지면과 화면을 통해서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그런데 패전일(일본에서는 종전일)인 15일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전쟁관련 보도나 방송이 자취를 감춘다. 8월 초에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미디어의 성향을 ‘8월 저널리즘’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비참한 역사를 개인의 기념일처럼 가볍게 치부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8월 저널리즘’이라는 용
소득주도 성장과 기본소득
미국인들과 얘기하다보면 공화당은 앞으로 당분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다음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에 필적할 상대가 마땅치 않아서만은 아니다. 인구구성에서 히스패닉계 등 소수인종 비율이 높아지며 보건·교육·노동·이민 등 영역에서 진보적 의제를 선점한 민주당이 전국적 차원의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부자 정당, 기업이익 옹호 정당의 이미지를 가진 공화당의 위기감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이어지고 있다.공화당의 대권주자들 중 한
중국인은 기억하는 아산 앞바다와 평양
‘풍도(豊島)에서 북양해군을 기습하며 한반도에서 전쟁 도발’.지난 23일 청일전쟁(중일갑오전쟁) 120주년 취재 차 찾은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류궁다오(劉公島)의 갑오전쟁박물관은 청일전쟁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일본군이 1894년 7월25일 우리나라 아산만 풍도 앞바다에서 청나라 함선에 기습 공격을 해, 전쟁이 촉발되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구 아래에는 고종을 ‘조선국왕 이희(李熙)’로 표기한 사진과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의 사진도 있었다. ‘189
월드컵 참패와 호세프 대통령 재선
2014년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 대표팀이 거둔 성적을 10월 대통령 선거에 연결시키려는 의견을 자주 볼 수 있다.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허무하게 좌절되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 꿈도 멀어졌다는 것이다.브라질은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참패했고, 3~4위전에서는 네덜란드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브라질 국민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우승을 당연시했던 브라질 국민이기에 월드컵 실패는 상당기간 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브라질에서 월드컵과 대선의 연관성을 거
집단적 자위권의 미래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반대하는 시위에 일본 젊은이들의 얼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데모 참가 정보가 확산된 것도 한몫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반발이 세대를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해석에 대해서 일본의 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찬반의견을 물었다. 35명의 수강생 중 8명이 의견을 보내왔다. 각의 결정을 찬성하는 의견이 6명, 반대가 2명이었다. 반대의견이 50%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른 결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