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과 모욕 주는 '여성 실종' 총선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너무나 위태롭구나.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을 지켜보며 또 한번 이를 느꼈다. 누가 더 최악인지 겨루는 승부가 박빙인 이 기막힌 경기에서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스스로 만든 악재와 패착 속에 위기에 몰린 양당은 결국 가장 먼저 여성을 내던진다. 제 살기에도 급급하니 여성을 챙겨줄 여유 같은 건 없다는 식이다. 한국 정치가 여전히 기득권 중년 남성의 패거리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각 정당의 옷 색깔은 다르지만 이런 본질은 같다.피 튀기는 공천 전쟁의…
기술 유출 시장에 부는 엉뚱한 '한류' 바람
중국뿐 아니라 요즘엔 미국, 인도, 유럽까지 한국산이 안 팔리는 곳이 없습니다.K-드라마나 K-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한 기업인의 하소연이다. 한류의 바람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다. 핵심 산업 기술이 잇따라 해외로 반출되는 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의 기술 인재를 빼가려는 인력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엔 유출 경로가 주로 중국으로 향하던 것이 미국유럽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기술 우위가 순
언론노조가 '반쪽짜리 정의'에서 벗어나는 길
지난해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은 김대호 MBC 아나운서는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성규 전 JTBC 아나운서와 프리랜서 선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장 전 아나운서는 2019년 JTBC를 떠나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장 전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물었다. 갈등은 안 했어요? 나가면 직장 다니다가 사업하는 거잖아. 개인사업자잖아.정규직 아나운서 중 누군가는 직장을 떠나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리랜서를 꿈꾼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아나운서 일을 시작한 이들은 노동자로서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총선 후보, '기후' 하는가
오늘은 여섯 장을 받았다, 어제는 여덟 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명함이다. 이 명함은 각 지역 유권자를 향한 봉사의 다짐이라기보다 선거철에 뛰어든 이들의 시선끌기 티켓으로 느껴져서 씁쓸하다. 이 티켓은 매력이 없는지, 건네진 뒤 눈앞에서 곧바로 버려지는가 하면 공공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무더기로 쌓인 게 발견되기도 했다. 나무 몇 그루가 쓸데없이 베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집 앞 지하철역에는 대형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렸다. 빌딩 한 면을 자신의 얼굴로 채운 예비후보도 있다. 어떤 후보는 걸었던 현수막이 별로라고…
'선택적 데이터' 또한 사실이 아니며 진실일 리 없다
선택적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선택적 데이터 또한 사실이 아니며 진실일 리 없다. 골라 먹는 재미란 아이스크림에나 어울리는 말이다. 역사적 사실을 골라 쓰다간 골로 갈 수 있다. 아~, 맞아, 그래, 그렇지를 영화 상영 내 연발하던 관객은 이 영화를 건국 1세대에게 바칩니다란 장면에선 기립 박수를 쳤다. 그가 영화관을 나서며 내뱉은 아이들이 꼭 봐야 해란 말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이승만은 독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에선 의회의 자유가 만개했다, 이승만이 농지개혁을 주도했다,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과 상관없다, 한국전쟁 발발 후
또 다른 김성녀를 찾아서
김성녀(金姓女김씨 성을 가진 여성), 나이 69세, 치료 기간 2주일.1925년 10월24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도초도 소작 쟁의 당시 중상자 명단의 일부다. 전남 무안군 도초도(현 신안군 도초도)에서 발생한 소작 쟁의는 소작료 수탈로 인해 농민들이 일제에 저항한 대표적 항일운동이다. 도초도 주민 200여명은 소작료 인하 투쟁을 하던 소작인회 회원들이 구속되자 석방을 요구하며 목포경찰서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제 경찰은 시위 참여자들을 구둣발로 차고 군도로 때리며 폭력적으로 진압했다.중상자 명단을 통해 여성 농민들이 거친 시위 현장을…
야구가 돈에 가까워질 때
프로야구는 지난해 개막 전후로 여러 악재가 겹쳤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했고, 서준원(전 롯데 자이언츠)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 조사를 받았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은 FA(자유계약)를 앞둔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수차례 뒷돈을 요구한 것이 밝혀져 해임됐고, 이천웅(전 LG 트윈스)은 불법 온라인 도박 의혹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임원 횡령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온갖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프로야구는 5년 만에 800만 관중(평균 관중 1만125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라는 말
지난 1월24일, 미국국방부의 군수품을 싣고 아덴만에서 홍해로 향하던 미국 선적 컨테이너선 2척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아 항해 중이었지만 후티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한 후티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인 홍해 항로를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북유럽 사이 운송비는 3달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했다. 폭등한 운송비는 물가에 반영된다.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이 공습으로 보복에 나섰지만 후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
여성 손실 보전할 저출생 대책, 언제쯤 나올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쁨보다는 부담이 확실히 더 커보인다. 이미 삶이 팍팍한 이들은 나 살기도 바빠서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고, 그럭저럭 성공의 궤도에 오른 이들은 고지가 눈앞인데 여기서 멈출 수 없어서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한다. 돈이 없으면 없어서, 있으면 그걸 지켜야 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다.지금의 초저출생 현상은 웬만해선 출산하지 않는 편이 삶의 질로 보나 생존율로 보나 이롭기에 나타난 진화론적 결과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 입장에서 특히 그렇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美서 펼쳐진 기술 '고려거란전쟁' 승리하려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CES2024) 현장을 찾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이국적 풍경 속 CES 현장은 이질적이게도 인기 사극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전체 3500개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1100개 사가 참여한 중국은 국내 기업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신제품을 포화처럼 쏟아냈다. 한국 기업들은 위축되지 않고 초격차 기술력을 무기로 수성전에 나섰다.지난해 코로나19 봉쇄와 미중 갈등 격화로 대거 불참했던 중국 기업들은 올해 지난 1년간 수련에 매진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세계 최초를 강조한 신제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