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은 새 유물
올해 봄, 충남 국립부여박물관 수장고에서 유물을 살펴보던 한 학예연구사의 눈이 반짝였다. 2020년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 1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물 측면에 거꾸로 뒤집힌 U자 흔적이 보였다. 막대 같은 손잡이가 붙어 있다 떨어져 나간 자리였다. 손잡이가 있었다면 무언가를 담기 위한 물건이었을 터. 발굴된 뒤 수장고에 보관되는 내내 엎어진 그릇처럼, 위아래가 정해져 있던 이 유물을 뒤집어본 순간 학예연구사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비록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지만, 그 생김새가 손잡이 향로와 일치했다. 그동안 토기 받침
공정성 시대의 병역 혜택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일인자다. 도쿄올림픽 때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4위)을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항저우 대회까지 10개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다이빙 최강 중국의 벽에 막혀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병역 혜택 대상자가 아니다.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졌다. 한국, KOREA라는 이름이 낯선 때 국위 선양을 바라는 의도에서였다. 정명훈(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이나 양정모(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한국 최초 금메달) 등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난 9월23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EU에 다시 가입하자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은 브렉시트 때문에 노동자와 빈곤층이 특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주거비와 에너지 비용은 물론이고 대중교통 요금마저도 비싼 영국이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다도 꽤 낮은 수준이었다. EU의 신선한 농산물이 도버해협을 건너 곧바로 실핏줄처럼 뻗은 유통망을 통해 전국에 공급됐기 때문이다.그런데 EU와 갈라선 2020년 1월 이후 복잡한 통관 절차가 생기면서 공급망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청구 유감
데이터저널리즘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뭐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부분 분석이 가장 어렵지 않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분석이 가장 쉽다. 단, 데이터가 깔끔하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분석보다 훨씬 어려운 건 데이터 수집 단계다. 즉, 데이터저널리즘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게 가장 힘들단 뜻이다.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데이터저널리즘의 취재원은 데이터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밋밋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이터에서는 그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데이터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특수교사 고소 사건, 갈등 중계에 갇힌 언론
유명 웹툰작가의 아들인 초등학교 2학년 A군이 같은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 제 나이보다 한 해 늦게 입학한 A군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A군은 이 일로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통합학급에서 분리되어, 장애 아이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반인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군의 부모는 아이가 불안해하며 등교를 거부하자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특수교사가 수업 중 A군에게 한 말을 인지한 뒤 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모두 지난해 9월 벌어진 일이다.검찰
보이지 않는 '남성' 가해자들
또 여성이 죽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이야기다. 피의자인 30대 남성 최윤종은 금속 흉기를 손에 착용해 피해자에 휘둘렀다. 대낮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흉악범죄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22세 남성 최원종은 지난달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33세 남성 조선은 7월 서울 신림역 번화가에서 1명을 살해했다.여자라서 죽었다라는 말은 꺼내지 않을 것이다. 신림동 성폭행 피해자는 여성이었으나, 다른 두 사건의 피해자는 무차별적이었다.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이상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납·DDT·BPA, 그리고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1980년대 후반부터 많은 주유소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단어가 있다. 주유해본 이들 누구나 본 적이 있을 이 단어는 바로 유해 중금속 납이 함유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무연 휘발유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무연 휘발유 사용이 확대됐고, 1993년부터는 납이 포함된 유연 휘발유가 전면 금지됐다. 대기, 식품 등에 존재하는 납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축적되어온 영향이었다.극히 적은 양에만 노출되어도 정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포함해
전경련, 정부에 쓴소리 할 수 있나
A그룹 회장은 정권 실세가 밀어준대요. 다른 실세와 연이 닿는 B그룹 회장도 급부상하고 있고요.올해 초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를 놓고 여러 풍문이 돌았다. 후보들이 정권 실세와 얼마나 밀접한지가 소문의 골자였다. 후보들이 재계의 신망을 얼마만큼 받는지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전경련은 최근 수년 동안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통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을 강요한 영향이 컸다. 2016년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은 이 같은 이유로 전경련에서 탈퇴했다.최근에도 의아한 일이
모두를 위한 박물관
만지지 말라는 말은 제게 오지 말라는 말과 똑같습니다.전맹(全盲) 시각장애인이자 서울 맹학교 교사인 이진석씨(44)는 유물에 손대지 말라는 박물관의 금기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촉각으로 세상을 보는 그는 박물관을 차가운 공간으로 보고 있었다. 손을 뻗어 유물에 다가가면 가장 먼저 차가운 유리 진열장이 그에게 닿았다. 2021년 11월 개관 이후 현재까지 약 100만명이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역시 그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두 점의 반가사유상(각각 국보 78호83호) 앞에 둘러쳐진 진입제한선
'내가 낸데'를 버려야 할 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처음 지도자로 발을 뗐다. 201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한 뒤 방송해설위원만 했던 그다. 그동안 프로 코치 경험조차 없었다. 삼성이 아닌 두산과의 첫 동행도 낯설었다. 그런데, 베어스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11연승)을 세웠다. KBO리그 역대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은 덤이다.두산은 현재 치열하게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년도 9위 팀이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전에는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던 두산이었다. 포수 양의지 재영입 효과만으로 지금의 성적을 설명할 수는 없다.이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