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사안 보도, 조금만 차분하면 안 될까?
이 글은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재난이나 갈등을 다루는 방식, 자세에 관한 얘기다. 논란의 오염수 방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지난 6월부터 수산업계가 침체에 빠졌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오염수에 불안을 느껴 수산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수산시장 상인은 원전 물을 틀었어야 원전이고 말고 하지라며 시기적으로 장사가 안 될 때라는데 기사는 원전 오염수 영향이라고 했다.이성적 얘기보다는 자극적 주장에 더 귀가 솔깃한 법이다. 그러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
버스와 지하철 앞에 선 장애인의 정치
비영리 독립언론을 규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정부와 자본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이다. 언론이 정부와 자본이 물린 돈의 재갈로 인해 제대로 된 권력 감시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독립언론의 필요충분조건인가.독립언론에는 하나의 역할이 더 요청된다. 이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온 이슈에 대한 감각을 전복하는 것이다. 해일이 밀려오는 데 조개만 줍고 있냐는 말이 있다. 대의론을 역설하는 말인데, 해일을 경험한 조개의 이야기는 왜 중요하지 않은가.주류언론에는 존재론적인 한계가 있다. 한국언론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뉴스 신뢰도와 언론의 공정성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이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당연히 뉴스 신뢰도다. 뉴스 신뢰도는 대부분의 뉴스를 대체로 신뢰한다는 비율을 이른다.이 보고서가 다룬 조사대상 46개국 중 우리 언론은 28%로 대만과 함께 42위를 기록했다. 2021년 32%(38위)에서 2022년 30%(40위)로 떨어진 것에 이어 다시 2%가 하락했으며 순위 역시 두 단계 떨어졌다. 우리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인 곳은 슬로바키아(27%), 헝가리(25%
뉴스 회피의 사회적 비용
뉴스 회피는 앞으로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주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3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뉴스를 피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20%만이 적극적으로 뉴스를 피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언론 신뢰도를 고려한다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이러한 수치는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 사이의 연결이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의 약한 관계는 언제든 뉴스 회피가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
헤드라인 무법지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들은 다 망하는 것 아니에요?얼마 전 노동 인권 교육을 하러 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설명하자 한 학생이 대뜸 반문한 내용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기사를 봤다고 한다. 최근 최저임금 관련 소식을 전한 뉴스, 그 중에서 소상공인 입장을 드러낸 기사들을 찾아봤다.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가게 문 닫으란 소리, 벼랑 끝 소상공인, 소상공인 앉아 죽기를 기다리라는 것 등의 제목이 쉽게 눈에 띈다.요즘 학생들, 또는 시민들은 어떻게 뉴스를 접하고, 읽을까. 대다수가 스치듯 제목을 훑어
이들은 왜 'MZ노조'가 아닌가
이곳 청주에 반도체 전기검사 전문업체 테스트테크라는 사업장이 있다. 현장 노동자 대부분은 여기가 첫 직장인 20~30대 청년인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 입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테스트테크 청년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 의해 발생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고발했다. 그 내용이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지 2023년에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들은 또한 사측이 노사협의회 운영을 위법하게 진행하고, 관리자들이 복수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하는 등 노조탄압을 했다는 내용도 함께 알렸다.지난달 26일에…
지역을 위한 다양성이 없다
뉴스이용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종이신문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기사 읽기와 동영상 보기까지. 흔히 말하는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의 다양성과 이용자의 선택 다양성은 넘쳐난다. 종이신문의 경우, 복수의 경쟁지만 남아있는 강원과 부산을 제외하면, 적어도 광역별로 6개에서 21개까지 발행되고 있다. 여기에 각 시군에 있는 지역주간신문을 합치면, 상표 다양성은 가히 최고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정수준 공급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사생산체계를 갖춘 일간신문이 1~2곳 정도 존재했다.
언론윤리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할 언론의 책임
한 50대 시민이 출근길에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인한 불편을 얘기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가 방송되자 초상권 침해라며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한 것을 방송했다는 것이다. 새벽같이 취재를 간 기자가 방송하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까? 놀랍게도 언론중재위는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청인에 대한 사과, 150만원 배상, 동영상 삭제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직권조정이다.방송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수긍하기 어
김남국과 태영호 기사 할당제를 제안한다
지난 한 달간 한국 정치에서 가장 뜨거운 두 인물을 꼽자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다.먼저 뉴스 인물이 된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을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한 뒤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했다고 폄하했다. 몰지각한 역사 인식만으론 부족했을까. 공천 받으려면 대통령이 챙기는 의제를 잘 받들라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메시지를 태 의원이 보좌관에게 전하는 상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이 정무수석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
환상 속의 독립언론
언론 신뢰성을 이야기할 때 비영리독립언론이 대안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표방한다는 독립언론은 언론이 지향해야 할 모습처럼 보인다. 독립언론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데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기사를 씀으로써 높은 직업 효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말 그럴까. 현재 존재하는 독립언론의 모습을 보자. 비마이너가 바로 그 독립언론이다. 2010년 1월 만들어진 비마이너는 현재 기자 세 명(편집장 포함)에 운영담당자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달하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