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메모… 어두운 터널서 20년 만에 나온 기분"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담임 선생님 권유도 있었지만, 수업을 빼먹으려고 백일장에 나갔다가 1등을 먹었다. 그때의 두근거림이 좋아 시 읽기를 즐겼고 줄곧 시를 써왔다. 20년 가까이. 박희준사진 강원도민일보 기자가 제41회 시와정신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20년 가까이 설국열차에 몸을 싣고 어두운 터널을 달리다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입니다. 주변에서 절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저 아직도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것입니다라고 전하는 포스트잇과 같아요. 당선 소감을 이렇게 전한 박 기자는 등단 제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30년 넘게 4·3 연구… 제주서 태어난 기자의 집대성
제주에서 태어났고, 박사 학위까지 모든 학업을 이곳 제주에서 마쳤다. 그리고 35년 동안 제주 주재 기자로 살았다. 제주 사람 허호준 한겨레 기자는 자신과 제주 43은 운명이라고 했다. 현재 제주도 인구는 70만명, 정부에서 인정한 43 유족은 10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거의 모든 제주 사람들은 43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제주 기자들에게 43은 모르면 안 되는 것이었다. 신입 기자였던 1989년은 43이 일어난 지 4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진상규명 운동이 그제야 본격적으로 벌어진 때였다. 43을 취재하고 공부할수록 점점 깊
"적어도 기자가, 마감시간을 당겨달라 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으로 선우정 논설위원이 지난 17일 임명됐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직의 의미는 남다른 데가 있다. 국내 최대부수의 신문이고 언론계,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매우 커서다. 여기 조선일보 최초 부자(父子) 편집국장, 반 세기만의 비서울대 편집국장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그는 소설 불꽃으로 알려져 있는 고 선우휘 조선일보 주필편집국장논설고문의 아들이고,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입사 후 도쿄 특파원, 주말뉴스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 사회부장, 뉴스총괄에디터 등을 거친 길은 경제부나 정치부 라인이 주로 편집국장
"난 오늘도, 그냥 '노가다꾼'으로 살고 싶다"
최근 기자 사회를 술렁이게 만든 연재물이 있다. 인생 2막으로 노가다(막일)를 시작한, 나재필 전 충청투데이 기자의 막노동 일지다. 편집국장까지 했던 사람이 신문사를 그만두고 노가다꾼(건설 노동자)이 됐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을까,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에 첫 글을 올린 이래 그의 연재물은 매번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정성 있는 글에 가슴이 뭉클하다, 기자님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등 대개 욕설 일색인 포털 댓글조차 따뜻한 응원 글이 주류인 모양새다. 나재필 전 기자는 지난 2018년 초, 충청투데이를 퇴사했다. 편집국장, 논설
'스벅 건물주'는 어떤 사람일까… 등기 2454장 떼보니
스타벅스(스벅)는 기업이고 카페이고 문화 아이콘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설명이 따르지만 우리 시대 가장 실질적이고 영향력 있게 다가오는 관점은 아마도 부동산으로서 스벅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벅 생활권을 역세권에 빗댄 스세권이란 단어가 있다. 부동산 가치와 개인의 자산증식 측면에서 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벅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시대적 바람과 그리 멀지 않다. 늘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방법이지만 말이다.전재욱 이데일리 기자와 김무연 문화일보 기자가 최근 펴낸 책 나의 꿈 스타벅스 건물주는 바로 이 답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
정유미 SBS 기자, 주말 8뉴스 새 단독 앵커로
SBS 주말 8뉴스 새 단독 진행자로 정유미사진 SBS 기자가 발탁됐다. SBS 메인뉴스를 여성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건 1995년 이지현 앵커 이후 28년 만이다.SBS는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되는 8뉴스 포함 모든 뉴스 프로그램 앵커진 개편을 알리며 여성 앵커 역할 확대에 큰 힘을 실은 게 특징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2006년 SBS에 입사한 정 기자는 현재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부, 통일외교팀, 편집부 등의 부서를 거쳤고 국회, 청와대 등을 출입했다. 지난 20일 기자협회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역할이 막중해진만큼…
미얀마 군부에 맞선 시민들… 약탈당한 민주주의 담다
한국일보 허경주 기자와 박고은 PD는 지난 1월29일 미얀마에 들어갔다. 이날 새벽 도착한 태국 방콕에서 차로 7~8시간을 달려 강 하나를 건너면 나라가 바뀌는 국경도시 매솟에 이르렀다. 전투상황이 정리되지 않아 다음날 입국하기로 했다가 지금밖에 되지 않는다는 급보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배를 탔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모에이강을 가로지른 2~3분, 첫 발을 디딘 미얀마 카렌주에선 지프차를 타고 완전무장을 한 5명의 군인이 그들을 맞이했다. 쿠데타로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군부에 맞서 총을 들고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과 2월4일까지 동행
강원 산골분교서 이어진 두 기자의 20년 인연
아저씨! 저 서울가요. 석진이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지난달 초였다. 뭔 일이냐고 물으니 한국기자상 받으러 서울에 올라온다고 했다. 아빠도 오니? 외삼촌도 오고? 무슨 기사로 상 받았냐고 물어봄 직한데, 강재훈 사진가는 석진이 가족을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오래전에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이 스쳐 지나갔다. 22년 전 방동분교의 가을 운동회날, 석진이는 흰 바통을 움켜쥐고 다부지게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강재훈 사진가와 원석진 G1 기자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폐교 직전의 분교를 찍으러 전국을
"2050년 탄소중립 못하면… 계속 기사 더 써야겠죠?"
기후위기 관련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향후 우리 또는 후대가 살아갈 환경, 즉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중대 사안으로 지속 다뤄지는 것. 역으로 이는 특정 이벤트와 연관되고서야 뉴스가 되고, 재난사건사고 범주로 다뤄지며 끝나고 마는 어떤 현실을 전제한다. 그런 면에서 박상욱 JTBC 정책부 기자의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는 매우 특수한 사례다. 2019년 11월25일 시작된 연재는 지난달 27일 선심 아닌 의무, 홍보 아닌 공시...진짜 ESG는? 기사까지, 매주 월요일 한 편씩을 쌓은 끝에 현재 172회에
KBS 9층 시사국 기자들, 유튜브서 일낸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9층 시사국엔 9층시사국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음, 동어 반복 아니냐고? 다시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KBS 9층에 있는 시사제작국(시사제작1부)에서 지난 1일 새 시사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이 프로그램 제목이 9층시사국이다. 그러니까 9층시사국은 KBS 기자들이 만드는 새 시사물의 이름인 동시에 이들이 일하는 공간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으로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9층시사국의 서재희 팀장과 김기화 기자를 지난 9일 그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9층시사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