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 붙이고 칠하고… 사진으로 '일사정리'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승윤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은 백팩에 2절 화판가방, 비닐 재질 장바구니까지 빈손이 없는 채였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에서 A0부터 A2까지 사이즈의 종이판이 수십 장 나온다. 두께감 있는 판엔 잘린 신문조각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다양한 인물과 건물, 무기 사진, 로고와 타이포 같은 이미지, 기사제목과 본문이 오려져 매번 어떤 구도와 질서에 따라 배치된다. 색종이와 수채유채 물감을 덧칠하고, 마른오징어나 마스크 같은 오브제를 올리기도 하는 콜라주 기법이다. 사진기자가 웬 예술작품을 들고
"두루미 따라가다… DMZ 경계 500㎞나 걸었네요"
그를 DMZ의 영혼 깊숙한 곳으로 이끈 것은 두루미였다. 철원평야에서 처음 두루미와 눈이 마주친 전율을 잊을 수 없다. 한없이 시리고 맑은 철원의 하늘을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던 천상의 새 두루미에 홀려 지난 15년간 DMZ 일원을 걷고 또 걸었다. 박경만 전 한겨레 선임기자 이야기다.그가 최근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서쪽 끝 백령도 두무진에서 시작해 연평도, 인천강화 앞바다의 작은 섬들, 한강하구, 임진강, 한탄강, 강원도 고성 화진포에 이르는 500km를 걸으며 만난 DMZ의 역사와 생태, 사람 사
"기사는 변화의 씨앗… 정책 영향주는 리포트 해야죠"
현인아 MBC 기자가 미국 대사관의 연락을 받은 건 지난 3월 초였다. 처음엔 뜬금없다 생각했다. 다른 취재 때문에 미 대사관에 전화번호를 남긴 적은 있지만 그건 1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기후환경팀에서 일하는 그가 대사관과 연락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화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대사관 직원은 미국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에서 주관하는 미디어 협력 프로그램이 있다며, 현 기자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선정만 되면 미국에서 열흘간,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다고 했다. 관심 있는 인물
"화나고 슬프고 힘들지만… 사건기자 하길 잘했어요"
이태원 참사 150일째이던 지난 3월27일, 희생자 유가족들을 태운 1029 진실버스가 서울광장 분향소 앞을 출발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며 인천,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 13개 도시를 열흘간 도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 버스에 올라탄 박희영 CBS 기자는 그 길로 꼬박 열흘간의 일정을 유가족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써낸 르포르타주 이태원 참사 진실버스 동행기로 지난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주는 4월 민주언론실천상을 수상했다.계획된 동행은 아니었다. 사회부 사
1분30초에 못 담은 공연, 팟캐스트서 술술 풀어보니
공연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온다. 배우들은 커튼 뒤로 사라졌지만, 객석에선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다. 잠시 후 다시 열리는 커튼. 무대의 주인공들이 관객들과 또 한 번 마주한다. 찬사와 환희, 감동이 어우러지는 이 순간을 커튼콜이라고 한다. 커튼콜은 김수현 SBS 문화전문기자에겐 더욱 특별하다. 4년 넘게 연재한 오디오영상텍스트 콘텐츠 김수현의 커튼콜이 그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서다.김 기자는 지금 4차 문화부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1993년 SBS에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치다가 문화부에 네 번째로 왔다는 뜻이다. 1차
"오스트리아 주요 신문사들, 발행중단·대량해고 직면"
오스트리아에서 온 수잔나 바스타올리사진 기자는 이번 세계기자대회 내내 한국 언론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기자들 처우는 어떤지 누구보다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자국 매체들의 페이월(유료구독)에 대한 고민, 젊은 세대가 기자로 일하기 꺼려하는 분위기 등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방문 일정을 마치고 광명역으로 향하는 KTX 안. 수잔나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오스트리아 양국의 미디어가 겪고 있는 여러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세계 언론이 맞닥뜨린 어려움과 여러 시도에 대해…
사장 된 공채 1기... "프레시안, '힙'하진 않지만 '딥'한 언론"
지난달 3일, 프레시안이 20년 만에 이사장을 교체했다. 지난 2003년부터 대표를 맡아왔던 박인규 이사장이 물러나고 프레시안 공채 1기인 전홍기혜 기자가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전홍기혜 대표는 프레시안의 첫 여성 대표이자 첫 기자 출신 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73년생으로 전임과 비교하면 17년 젊어진 대표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지난 2001년 프레시안에 입사해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한 그는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하며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아이들 파는 나라 등의…
"MBC 뉴스 비판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
임영서 MBC 뉴스룸국장(보도국장)을 두고 한 기자는 마음 속에 조용히 불꽃을 품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995년 MBC에 입사해 올해 29년차인 임 국장은 그동안 MBC 내부의 변화를 여러 차례 꾀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 2017년,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과 함께 조직 변화, 저널리스트로서의 미래를 고민해 그해 말, 기자들에게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룸의 수장이 된지 한 달, 그는 어떤 MBC 뉴스를 그리고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 7층 뉴스룸국장실에서 임영서 국장과 인터뷰
얀센 맞고 희귀질환… '백신 피해 리포트'로 피해자 목소리 담다
몸 상태가 안 좋을 땐 1초 정도 한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찰나지만 이승륜 국제신문 기자는 느낀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서너 번은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보다 더 전엔 아예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넘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건 그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 6월, 얀센 백신을 맞고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려 꼬박 1년간 치료와 재활을 받아서다. 몸에 생긴 항체가 몸의 말초 신경을 파괴하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신경에 염
1분당 5000명, AI가 기사 12개씩 추천… 결국 해냈다
창간 103주년을 맞은 동아일보는 올해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여러 변화를 꾀했다. 동아닷컴에 지난 3일 도입된 AI 추천기사 for you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름대로 AI가 사이트에 방문한 독자 맞춤형으로 기사를 실시간 추천한다. 여러 언론사가 외주업체와 계약 등을 통해 자사 사이트에 도입한 기능이지만 동아일보는 이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특히 취재기자가 개발을 주도한 점이 특수하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아닌 AI 개발을 기자가 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서영빈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 1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