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프고트(scapegoat)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5.07.20 09:18:37
‘스케이프고트’는 고대 유대에서 속죄일에 사람들의 죄를 대신 씌워 황야로 내쫓은 양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속죄양 혹은 희생양이 된다.
최근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일간스포츠(IS) 노조도 일종의 ‘스케이프고트’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발전이 필연적으로 올드미디어 ‘신문’의 위기를 가져왔고, IS가 그 위기의 대표적 희생양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IS 경영진이 경영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정리해고의 희생양이란 측면이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IS 기자들은 “그동안 언론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포츠․대중문화 전문지에서 일한다는 보람으로 버텨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론인의 자긍심’은 그들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지금은 기댈 곳 하나 없는 ‘황야’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일 뿐이다.
스포츠신문 시장이 호황일 때 각광받던 기자들이 이제는 가장 먼저 ‘잘라야’ 할 대상이 돼버렸다. 이들은 경영의 위기 속에 그리고 신문의 위기 속에 자신들이 그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것처럼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희생양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IS라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노조와 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양들의 반란인 것이다.
양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황야’를 거부해서가 아니다. 양들의 목소리는 경영검증을 한 후에 모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그들의 말로 대변된다. 경영을 검증하고 나서 그래도 경영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어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최후의 방법이어야 할 정리해고가 다른 방법을 제쳐두고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황야’로 내몰렸던 양들이 다시 城의 문 앞에 서 있다. 노조가 경영 상태를 검증한 후 또 다른 핑계로 경영진을 압박할 것이라는 사측의 주장은 경영검증 후 나가기를 결심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사측은 대화를 통해 희생양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아프고, 서러워 성밖에서 서성이고 있지만 그들은 한 때 주인에게 젖과 털을 제공했던 바로 그 양들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