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외벽 현수막 '불법'
전시회·드라마·임대 광고 등 공익성 없는 홍보물 대부분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7.06.27 17:31:46
구청 관계자 “사실상 단속 힘들어…협조 요청만” 언론사 건물 외벽에 붙은 현수막들이 대부분 불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대부분의 언론사 외벽에는 크든 작든 다양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자사 드라마 광고부터 뮤지컬, 각종 전시회, 광고 등 자사가 주관하거나 후원하는 행사, 공사 관련 현수막이 대부분이다. 공공의 가치를 높이는 광고라기보다는 모두 홍보성 현수막들이다.
그러나 현수막을 거는 행위 자체가 대부분 불법이다. 간판의 경우 설치할 때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현수막은 신고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다면 공공기관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일 경우에도 공익적 현수막과 그것을 설치하는 장소, 지정설치대를 구청에 신고해야 하며 공익적 목적이 아닐 경우에는 불법이 된다.
따라서 한국방송공사인 KBS는 공익적 목적의 현수막이나 광고물을 제외한 자사 드라마 광고물 등을 붙일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별관에 작품을 바꿔가며 드라마 광고물은 게시하고 있다. MBC의 경우에도 현재 방송센터에 자사 드라마 광고가 걸렸으며, 경영센터 건물에는 뮤지컬 광고 현수막이 6층 높이로 걸려있다.
그러나 언론사의 경우 사기업에 대는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KBS와 MBC 모두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한 작품이 끝나면 현수막이 내려지기 때문에 단속을 통해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구두로는 내려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밀집한 광화문 일대도 마찬가지다. 현재 재개발 예정인 중학동 옛 한국일보 건물 외벽에는 자사가 주최하는 전시회의 현수막을 걸어놓았으며 조선과 동아도 각각 자사가 주관, 후원하는 전시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크게 붙여놓았다. 문화일보 외벽에는 아파트 광고물이, 경향은 임대광고물이 걸려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현수막을 걸어 놓은 언론사에 구두로 내릴 것을 요청하면 대부분 그것이 무단 게시물인지 모른다”며 “그렇다고 다른 사기업처럼 부과하지는 않으며 언론사는 공익적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구두로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관계자도 “일반 기업이라면 즉시 벌금을 부과하겠지만 언론사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SBS의 경우 연중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는 ‘아름다운 간판 도시를 바꾼다’는 기사를 통해 간판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기획시리즈 보도 전 내부 고민 끝에 자사 외벽의 현수막을 철거했다.
취재를 맡았던 SBS의 한 기자는 “내부적으로 현수막을 거둬들였다고 해서 다른 언론사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도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무단으로 붙여놓은 현수막을 거둬들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