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인공뼈, 그 실체는 / SBS 하대석 기자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하대석 기자  
 
수술 도중 혹은 수술 뒤 몸 안에서 인공뼈가 부서졌다는 믿기 힘든 제보로 취재는 시작됐다. 문제의 인공뼈는 국가공인 시험기관의 엄격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식약청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서울대 연구진과 대웅제약 측이 공동 개발해 의료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터라 취재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취재를 시작할 무렵, 의료계 한 관계자로부터 식약청이 이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날 식약청은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다음날 아침 뉴스를 통해 판매 중단 사실을 알렸다. 파문은 금세 확산됐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인공뼈 제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식약청에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정작 인공뼈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식약청과 대웅제약 간 논쟁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런데 이 시간차 특종 탓에 정작 심층취재가 난관에 부딪쳤다. 1신 보도 이후 인공뼈 시술 경험이 있는 의사들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제약사와 관계가 껄끄러워질까봐”, “병원이 피해를 입을까봐” 등 갖가지 이유로 의사들은 기자와 대면조차 꺼렸다. 결국 어렵게 한 전직 직원을 만나 공장 안에 고급 원료와 저급 원료가 공존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판매용 제품엔 저급 원료를 사용하지만, 인허가 검사용 제품엔 수천 배 비싼 고급 원료를 쓴다는 결정적 내용이었다.

이번 보도로 식약청은 해당 제조사에 대해 ‘제조금지’ 처분을 내렸고 인공뼈의 안전성을 고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검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방송직전 취재진을 찾아 온 대웅제약 관계자들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죄의 뜻을 밝히는 듯 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엔 180도 태도를 바꿔 환자들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이 아직까지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업적 이익에 매몰된 채 연구윤리를 외면한 산학협동 체제는 오히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毒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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