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족에 만성피로…기자직은 '건강 高위험군'

행복을 찾는 기자들 (1)건강

기사 쓰랴, 밤새 취재원과 술 마시랴 몸이 남아나질 않아요.”(파이낸셜뉴스 5년차). “운동이요? 잠이라도 충분히 잤으면 좋겠어요.”(아시아경제 12년차). “건강검진일이 다가오면 겁부터 납니다.”(한겨레 15년차). 기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과중한 업무와 잦은 술자리, 기사에 대한 부담감, 턱없이 모자라는 휴식시간 등으로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낀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자직이 ‘건강 고위험군’이란 자각은 확실했지만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기자들은 드물었다.


검진일 다가오면 겁부터 덜컥
특히 술자리가 타 직종에 비해 잦다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부서 회식, 출입처 및 취재원과의 술자리 등 많게는 일주일에 서너 번 술을 마셔야 한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혹시 중병이라도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
기사를 쓰느라 진이 빠지고 항상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일보 7년차 기자는 “술자리를 많이 갖다보니 토요일 종일 쉬어도 피로가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며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한겨레 15년차 기자도 “한두 달에 한번 등산을 가는 정도가 내가 하는 운동의 전부”라며 “건강검진일이 다가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털어놨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 높은 업무에 운동 부족까지 겹쳐 피곤을 호소하는 기자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형편이다.

편집국은 종합병동
실제로 병을 얻은 기자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무작위로 진행된 본보 전화 인터뷰에서 3명 중 1명꼴은 크고 작은 질병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 차장급 기자는 “최근 디스크에 걸리는 등 한마디로 골골하고 있다”며 “바빠서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변의 기자들도 거의 다 좋지 않은 건강상태일 것”이라며 “기자들은 너무 빨리 늙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국민일보 13년차 기자는 “연말 건강검진에서 만성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취재원들과 술자리가 계속 생기다보니 몸 상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약을 거르게 된다”고 말했다.

2006년 기자협회 실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64.7%가 ‘기자 일을 하면서 과로사 할까봐 걱정된다’고 답한 것처럼 현재도 기자들은 과로사를 걱정하는 지경이다. 지방간, 위염, 고지혈증 등은 이제 예삿일, 병 취급도 못 받고 있다.

30~40대 암 발병률 높다
문제는 암 등 큰 병에 대한 노출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암 등 질병으로 사망한 기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본보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부고기사를 취합한 결과, 기자 27명이 암 등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0대가 7명, 40대가 10명에 달하는 등 언론사 허리격인 젊은 기자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암·췌장암·대장암 등 소화기계통 질환(9명) 사망자가 많았고 폐암 등 폐질환 사망자(4명)도 많았다. 과로사(3명), 간암 등 간질환(3명) 등도 뒤를 이었다.
암 발병 및 투병 기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재단이 2005년 2천1백여명의 부음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별 평균수명 연구’에 따르면 11개 직업군 중 언론인의 평균 수명은 65세로 가장 짧았다는 점도 기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는 “재작년 우리 회사에서만 기자 2명이 암 판정을 받았다”며 “다행히 건강검진 당시 조기발견돼 다행이지만 기자들이 암 같은 큰 병과 가깝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사세 따라 건강검진도 천차만별
이에 따라 건강검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 사세에 따라 건강검진은 천차만별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국민일보 등 많은 언론사들이 정기검진 비용을 지원하지만, 지방사에서는 기본적인 혈액검사 등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전남지역의 한 기자는 “회사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이라는 게 피 한 번 뽑고 엑스레이 한 번 찍는 것이 전부”라며 “중앙언론사처럼 회사차원에서 정기 건강검진비를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조나 기자협회 지회차원에서 사측에 적극적인 요구를 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기자 개개인이 운동 등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 퇴근 후 짬을 내어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기자들도 여럿이다. ‘건강 고위험군’에 속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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