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시각으로 의미있는 보도 하고 싶어"
'경제학 박사' KBS 박종훈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9.02.04 14: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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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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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 보험시장 유혹의 덫’ ‘한미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두 굵직한 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은 물론 한국방송대상까지 휩쓸었던 KBS 박종훈 기자. 그는 KBS 내에서 ‘젊은 경제통’으로 꼽힌다. 경제전문예비기자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한 그의 전문성은 꾸준한 자기계발에서 비롯됐다.
박 기자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전공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다양한 시장조건 하에서 기업의 추격전략과 산업정책, 산업동학 연구’. 시장 만능주의에 경도된 주류 경제학에 대해 ‘신(新)슘페터주의’ 관점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정통 경제학은 시장이 자동적으로 경쟁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 사이의 경쟁 과정은 그렇지 않죠. 서로 이질적인 경제 주체들이 동태적으로 어떻게 진화해나가는가를 밝혀보려 했습니다.”
기자 생활의 상당 기간을 경제팀에서 활약한 그가 박사 학위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때는 2003년. 김대중 정부의 카드 부양책의 결과로 불어닥친 이른바 ‘신용카드 대란’을 접하고 난 뒤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자료에 대한 검증 없는 보도가 1997년 IMF 사태 때 우리 언론이 범한 실수를 반복시켰다는 뼈저린 반성이 뒤따랐다. 경제를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뒤로 그에게 휴일이란 단어는 사라졌다. 여름휴가 때도 가족은 처가에 보내고 책과 씨름하는 ‘나쁜 아빠’가 됐다. 특히 논문을 마무리할 시점인 작년 중반기 이후에는 경제과학팀에 복귀해 한창 터지기 시작한 금융위기 국면을 맞았다. 뉴스 제작과 출연을 마치고 귀가한 뒤 논문에 매달리다보면 평균 취침시간은 새벽 4시. 그러면서도 지난 하반기 경제팀 리포트 양에서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
공부를 할수록 취재현장에서 느끼는 희열은 그를 연구에 열중하게 했다. 입사 전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거칠 때는 숫자와 그래프의 홍수 속에서 “이게 실제 경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회의도 적잖았다. 그러나 취재 현장과 연구가 이뤄내는 시너지효과를 몸소 체험하면서 “더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다졌다. 그의 한미FTA 보도 역시 이런 과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각종 전문용어로 윤색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를 치밀하게 파고들자 연구원들은 “내가 만든 자료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또한 학업을 계속하면서 숨어 있던 고급 취재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 것도 중요한 자산이 됐다.
“바쁜데 과연 학위를 딸 수 있을지, 공부를 하다보면 일에 소홀해지지 않을지 누구나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적극성을 갖는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바람은 ‘평생 기자’다. 박사 학위에 도전한 것도 “더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바른 시각을 갖고 깊이와 의미가 있는 보도를 하는 경제 전문 기자로서 기억되는 것이 꿈이다.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한 다음날, 그의 둘째가 태어났다. 박 기자의 땀방울은 사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약속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