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 일자리 신화의 허구성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2.04 14: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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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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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서 방송의 산업화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CEO형 대통령과 보수세력 중심의 한나라당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말대로 과거 10년 동안 방송은 지상파 중심의 공익성 기득권에 안주하여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IPTV를 중심으로 뉴미디어 방송통신산업을 활성화하고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심각한 경제불황기에 접어들어 방송통신산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산업화와 일자리 논의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부는 규제완화를 하면 많은 자본이 유입되어 매출액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월 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안도 내용에는 문제가 없고, 단지 국민 홍보가 부족하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국책연구소들은 연일 방송의 규제완화를 옹호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산업연관효과와 일자리 창출논의가 허구이다. IPTV를 출범시키면서 엄청난 생산유발효과와 일자리를 예측하였지만, 이는 벌써 물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사업초반이긴 하지만, 몇십만원의 현금과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IPTV가입자는 이전의 VOD가입자보다 별반 늘지 않았다. 케이블TV가 저가로 독과점하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신규 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한 예는 외국에도 거의 없다. 또한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관련 7개 법안이 통과되면 2만 이상의 일자리를 예측하였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형편이다. 대기업 참여와 신문방송겸영은 규모의 경제논리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기존의 인력을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을 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IPTV와 규제완화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출범 때마다 나왔던 장밋빛 낙관론이 하나도 적중한 것이 없다. 15년의 유료방송시장이 가져다 준 역사적 경험은 방송산업의 성장이 매우 점진적이고,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미 유료방송시장이 포화상태이고 공짜나 저가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하루아침에 많은 돈을 내기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KBS수신료의 인상마저도 국민들의 적지않은 저항이 예상되는 어려운 과제이다.
방송의 산업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것은 여론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KBS 9시 뉴스에서 여당과 야당의 목소리가 골고루 담겨야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제 독립위원회인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방송산업화는 반드시 공익성과 함께 가야만 하는 방송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1996년 미국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지나친 규제완화로 인하여 방송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상실하였으며, 이로 인해 대통령 직속의 공익성자문위원회가 설치되고 FCC위원들은 미국 전역을 다니며 계란세례를 맞으면서도 새로운 지역성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규제완화와 개혁에도 커다란 장점이 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경쟁구도를 창출하는 것은 산업화뿐만 아니라 공익성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공익성이 빠진 산업화 논리를 주장하며, 과대포장된 일자리 신화를 주장하고 있다.
모든 정파적 주장에 완벽한 논리는 없다. 시장주의와 규제완화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며 공익성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훗날 규제완화 성과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 국책연구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