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도시 두바이. 이곳에선 하루에 두 번가량 요란한 공습경보가 울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이란이 UAE를 포함한 주요 걸프 국가들을 집중 타격하고 있어서다. 공습이 시작된 2월28일, 출장 준비를 시작한 권영인 SBS 파리 특파원은 튀르키예와 오만을 거쳐 5일부터 이곳, 두바이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공습경보를 처음 들을 때만 해도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이젠 익숙하다”며 “두바이는 매일 수십, 수백발의 격추가 상공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겉으론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과장 또는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감행한 지 열흘이 지났다. 이란이 즉각 반격에 나서며 전쟁의 전선이 중동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언론사들은 곧바로 기자들을 인근 국가로 보내 현장 소식과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 관건은 무엇보다 이동이었다. 공습의 여파로 중동 지역 영공이 잇따라 폐쇄되며 기자들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상대적으로 가까운 오만, UAE 등지로 향했다. 이덕영 MBC 베를린 특파원은 “이란이 집중 공습을 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은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접근이 불가능했고, 튀르키예가 현지 상황을 보여주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해 1일 이스탄불로 향했다”며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는데 이건 한국 경제 상황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 이스탄불 도착 이틀 만에 오만으로 이동했다. 한 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방송 시간과 현지 시차 탓에 충분히 잠을 자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취재 제한이 심한 중동 지역 특성상 자유롭게 취재와 보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개형 KBS 두바이 특파원은 “평시에도 UAE는 취재가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라며 “거리나 다중시설 등에서 방송을 하면 방첩대가 출동해 언론인을 체포해 가는 곳이다. 특히 지금은 전쟁 국면이라 UAE 정부가 언론 보도에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영인 특파원도 “오만은 공식적으로 외신기자들의 취재를 불허한 상태”라며 “공항에서 프랑스 언론이 취재장비를 압수당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두바이 역시 피해 지역을 촬영해 올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튀르키예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했다. 김동호 연합뉴스 이스탄불 특파원은 4일부터 6일까지 튀르키예 동쪽 끝 카프쾨이 국경검문소와 반 공항에서 이란을 탈출한 피란민들을 취재했다. 김 특파원은 “튀르키예 정부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지원도 하려고 하더라”며 “걸프 쪽은 이동이 힘들다 보니 다들 이곳에 와서 취재를 많이 했다. 영국 BBC, 프랑스 TF1, 일본 TV아사히 등 한때 외신기자만 50~60명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도 잘 안 터지는 외딴 도시, 그곳에서 만난 이란인들은 피곤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큰 반감을 드러냈다. 김 특파원은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외신을 보고 기사를 쓰거나 소셜미디어 내 이란 분들의 반응을 많이 접했다”며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서 만나 보니 자국이 공격받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분들이 많았다. 자국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게 두지 않고 왜 외세가 개입하는지, 민감하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고 저도 그런 반응에 깜짝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 일정으로 중동에 갔다가 발이 묶여 그대로 현지 상황을 취재한 기자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이소연 매일경제신문 기자다. 이 기자는 가족여행 차 스페인으로 가던 중 카타르에서 발이 묶였다. 영공 폐쇄로 그가 탄 비행기가 하마드국제공항으로 회항했고,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공습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이 기자는 “호텔 바우처도 동이 나 공항에서 노숙을 하다가 항공사가 추가로 마련해준 숙소에서 가족들과 일주일 넘게 머물렀다”며 “멀리서 미사일이 요격되고 떨어지는 게 보여 무서웠다. 그 와중에도 기록해보려고 공항에서 사진도 찍고 스케치도 했다”고 말했다.
개인 일정으로 두바이에 들렀다 2월28일 출국 예정이었던 조보경 JTBC 기자 역시 이날 영공이 폐쇄되면서 그대로 현지에 발이 묶였다. 조 기자는 “출근에 지장을 줄 것 같아 바로 회사에 연락했는데, 회사에서 먼저 저의 의사를 물어왔다”며 “정치부 기자이긴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취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출장으로 전환하고 두바이 현지 연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 기자에게 노트북도, 촬영 장비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김영묵 영상기자와 밤늦게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 날부턴 휴대전화 2대를 이용해 바로 현장 중계를 시작했다. 삼각대와 무선 마이크 등 필요한 장비는 회사 지원으로 현지에서 구매했고, 영상취재팀 기자들이 매일 전화로 화면 각도를 조언해줬다. 조 기자는 “연결 첫날 생방송 직전에 휴대전화 전원이 갑자기 꺼진 일도 있었다”며 “온도가 너무 높아 그런 건데, 순서를 조금만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곧바로 냉장고에 휴대전화를 넣었다. 2~3분 뒤 온도가 돌아와 정상적으로 중계를 마쳤는데, 그 다음부턴 또 꺼질까 생수를 얼려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취재는 인천국제공항으로도 이어졌다. 정부 전세기로 현지 교민과 여행객들이 귀국하면서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공항에 집결한 것이다. 최은수 뉴시스 기자는 “가족들이 상봉하는 모습이나 귀국한 분들 이야길 들을 수 있다 보니 당연히 현장을 챙기러 갔다”며 “한 시간 전부터 입국장 앞에 가족들이 와 있어서 기자들도 눈치로 알아보고 많이들 취재했다. 기뻐서 그런지 대부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셨고 외교부에 고맙다는 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중동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군사작전 종료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 외교적, 경제적 불확실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특파원은 “일단 이스탄불로 복귀했지만 상황이 오래 갈 것 같다”며 “언제고 또 다시 현장에 파견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