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위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


   
 
  ▲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미디어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구성되어 두 번의 회의를 열었다. 혹자는 각 정당에서 추천되었기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당파성이 앞선다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건 추천된 위원들 대부분이 미디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운영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파행을 예견하는 우려 섞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회의의 진행방식과 결론을 내리는 절차에 대하여 합의가 되어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여기에서부터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고 한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미주알고주알 하는 것이 적당치 않을 수 있지만 워낙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절차와 관련하여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위원회의 위상문제이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단순 자문기구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어 있는 만큼 입법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상 입법권은 국회에 있으며, 국회의원들은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에 반영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원회는 헌법원칙상 ‘결정기구’가 아니며 ‘자문기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위원들로 구성된 기구를 최종적인 ‘결정기구’이라고 하면 헌법원칙이 훼손된다.

자문기구라는 성격으로 인해 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이 부여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매우 큰 정치적·사회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위원회의 토론과정에서 미디어법이 가지는 여러 가지 내용과 의미들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위원회 회의의 공개문제이다.
회의 공개에는 회의 현황의 실시간 중계, 녹화 보존, 녹취록 작성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회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게 되면 한정된 시간 내에 20인의 발언을 충분히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자칫 인기에 영합한 발언만을 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아예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을 발표할 경우 논의과정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회의내용의 사회적 중요성에 비추어 녹취록을 작성하되 위원회 종료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다음 녹취록을 공개하여 사회적인 평가와 차후의 입법활동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 적당하다.

셋째, 운영소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문제이다.
통상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제반 쟁점을 정리하여 전체 회의에 상정하는 역할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행정조직에서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원회의 활동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하부조직이 충분히 구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소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소위원회에서 사전에 회의의 일정과 논의 내용과 각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 쟁점을 정리하여 전체 위원들이 쉽게 논의의 핵심사항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여론조사의 실시여부와 절차 역시 문제이다.
여론조사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경우 국민들에게 널리 의견을 묻는 절차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국민들의 의견은 때로 어떤 이론보다 매우 강력한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과 범위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논의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여론조사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위원회의 구성원들 간에 여론조사의 방식과 절차, 범위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당시의 방송개혁위원회, 2007년 방송구조 개편 시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이후로 대표성을 갖는 회의체 형태의 사회적 논의기구이다. 각기 다른 생각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위원들이 미디어관련법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완벽한 합의에 이르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의의 틀을 형성하고, 이 틀 내에서 논의된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승복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의 최소한을 준수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론의 장을 형성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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