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간접광고


   
 
  ▲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1980년대 초반 KBS나 MBC 등 5~6개 정도의 지상파방송 밖에 없던 시절부터, 케이블TV를 비롯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구현된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기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려면 줄을 서야 했었다.

급기야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코바코에서는 지상파에 광고를 하려면 종교채널에도 광고를 해야 하는 연계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전체 광고시장의 총액은 거의 증가하지 않은 반면에 인터넷과 위성방송, DMB, 그리고 최근의 IPTV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플랫폼이 속속 진입하는 바람에 광고시장은 치열한 경쟁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광고시장이 얼어 붙음에 따라 지상파와 케이블 가릴 것 없이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의 방송사들은 심각한 경영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2009년 1분기 광고 판매액을 보면, KBS의 경우 2008년에는 1천1백24억원이었는데 2009년에는 8백92억원으로 2백32억원이 줄었다. MBC의 방송 광고 판매액은 1천74억원으로 2008년 1천8백48억 원이었던 데 비해 7백74억이 줄어 가장 큰 감소를 나타냈다. SBS도 2008년 1천26억원에서 2009년 7백51억원으로 줄었다.

이러한 극심한 불황 속에서 방송사들은 제작비 절감 등 긴축운영에 돌입하였고, 이는 곧바로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되었다. 전체적인 제작비 축소에 따라 재방송 비율이 높아졌고, 제작비의 삭감으로 인해 제작사들 역시 진행자들의 출연료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강구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송관련 법에 금지되어 있는 PPL 등 간접광고를 대담하게 프로그램 내용에 삽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 1항의 간접광고에 대한 내용을 보면 “방송은 특정 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 내에서 협찬을 받는 기업의 로고를 보여주거나 상품을 홍보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수시로 접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를 보면 협찬사 제품인 영어학습기에서부터 브랜드가 선명히 보이는 맥주나 치킨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것도 부족해 아예 등장인물들이 대사 중 제품의 기능을 직접 설명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쯤 되면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다.

케이블TV는 한술 더 떠 아예 제목에서부터 게임기회사의 타이틀을 붙여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신상품 소개라는 정보 프로그램 형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제품의 특징 및 가격 등을 일일이 설명해 준다. 심지어는 의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약품을 소개하는 등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제작사들이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나 주의 등 여러 차례 법정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이러한 간접광고 위반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정국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방송법 개정안에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간접광고가 합법화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행법에 분명히 금지되어 있는 간접광고를 모든 방송사들이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내보내는 것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된 행위이다.

문제는 이러한 간접광고가 방송사들에 머지않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이제 광고는 보지 않고 TV를 시청하는 형태(미국의 티보 등)가 등장한 상황에서, 광고주들 역시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하는 직접광고보다는 프로그램내에서 기업의 이미지나 상품을 광고하는 간접광고를 선호하게 됨에 따라 TV를 통한 광고시장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지금이라도 언 발에 오줌 누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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