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언론, 저널리즘으로 돌아가야

관훈클럽 '벽을 허물자' 3차 토론회 열려


   
 
  ▲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네셔널클럽에서 열린 '벽을 허물자'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에 나서고 있다.  
 
보수・진보 양 진영으로 갈라진 언론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관훈클럽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벽을 허물자’ 3차 토론회 ‘언론계 갈등 극복 대안 찾기’에서 참석자들은 문제의 심각성과 저널리즘의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데는 공감했지만 해법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전 문화일보 사장)는 진보언론의 문제에 무게를 두면서 상호비판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김민환 고려대 교수(언론학부)는 상호 비판은 오히려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사회통합을 위한 메이저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전 문화일보 사장)는 언론 갈등의 기원을 진보신문의 등장과 1997년 정권교체에서 찾았다. 남시욱 교수는 “한국언론계는 1987년 민주화 다음해의 한겨레신문 창간을 계기로 이념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본격적인 갈등양상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단행한 뒤 한겨레가 25회에 걸친 3부작 대형 기획기사인 ‘심층해부 언론권력’을 연재하고, 보수언론이 한겨레 등 진보매체를 ‘좌파언론’ ‘친북언론’이라고 맞선 2001년을 “언론전쟁 발발의 해”라고 규정했다.

또한 “언론인의 직업의식과 직업윤리의식의 저하” “언론노조의 과격투쟁과 이에 영합하는 경영진과 편집・보도 간부들의 무책임성” “언론인의 샐러리맨 경향 심화로 소속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자사이기주의 기사의 범람” 등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론인의 직업적 정체성 확립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방식 △보도와 논평의 엄격한 분리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제재 △방송보도의 중립성 담보 △이념과 정치적 소신이 다른 상대방 매체의 보도 내용에 시비걸지 말 것 △댓글의 실명제 등을 제시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김민환 고려대 교수는 언론 간 갈등이 깊어진 이유에 대해 “군부정권 아래서 이뤄진 언론의 ‘침묵의 카르텔’이 민주화 이후 무너지면서 보수매체와 진보매체라는 대립이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또한 민주주의의 과실”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립적인 지적 공중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통매체의 존립기반이 위협받게 된 것도 한 이유로 꼽았으며,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없이 통과된 미디어법이 매체간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고 밝혔다.

김민환 교수는 “언론 간의 상호 비판은 권장돼야 하지만 최근 금도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며 “언론의 기본가치나 공동기반조차 허무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벌인 광동제약 불매운동, 검찰의 MBC 압수수색에 대한 언론보도가 그 예라는 것이다. 또한 “비판에 동원하는 언어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언론계 공생을 위해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이 역할을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마이너 언론은 좌우의 날개가 되어 여론다양성을 꽃피우되, 메이저언론은 좌우가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 간 갈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과 저널리즘의 원칙이 다시금 강조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남 교수는 언론의 갈등에 따라 언론과 국민의 피해가 늘어났다며 그 사례로 △언론간 상호비방으로 인한 언론 전반의 신뢰도 추락 △언론의 이념과 정치의 대리전 무대화 △자기 진영에 유리한 기사는 확대하고 불리한 기사는 축소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자기검열 제도화 △여론의 양분과 국민의 분열・갈등 조장 △진실과 사실 추구와 검증을 게을리 하는 경향 출현 등을 꼽으며 저널리즘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밥 우드워드의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버전이 바로 사실”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 언론계가 미국 CCJ(Committee of Concerned Journalism)가 전개하고 있는 PEJ(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를 참고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PEJ는 사실보도의 정의를 “한 사안에 대해 관점이나 이해관계가 다른 4개 이상의 취재원을 활용해 쓴 기라야 우수하다”라고 내렸다. 

세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경호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언론 간의 갈등은 소통의 부족이라고 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함과 동시에 언론계가 취해야 할 해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면서 먼저 홍보라인의 혼선을 지적했다.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면서 “언론과 청와대 간 소통라인이 급작스럽게 동맥경화 현상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현 정부와 언론의 소통 정책이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학연, 지연 등 이념적 동질성이 높은 소수의 이너서클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언론정책이 입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정홍보처 등 대외홍보조직을 확충하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기능적 시스템 구축 등 정부 홍보조직의 일원화와 체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촛불시위 이후 추진력 상실을 우려한 정권이 극심한 불안감 속에 언론정책을 전개한 나머지 언론 비판을 배제하고 극심한 편가르기에 나서 KBS와 YTN 사태를 불렀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홍보기능이 고착상태에 빠지고 이념적 이해관계로 일부 언론사, 일부 언론단체와 제한적 소통을 시도하다 민심과 동떨어진 언론정책을 실행했다”고 했다. 언론정책의 근간으로 삼은 자유시장주의 역시 여론 독과점 위험성과 조화를 이루는 데 실패하면서 보편성과 특수성의 부조화를 이뤘다고 꼬집었다.

언론 자체의 문제로는 수직적으로 계열화된 언론사 내부의 아날로그식 소통구조가 디지털식 수평적 소통구조를 바라는 젊은 기자들과 충돌을 빚으면서 과도기적 이중적 생산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치권력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언론사가 이해관계에 따라 뒤엉키는 ‘언론의 정치 과잉’ 현상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갈등의 해소 방안으로 언론공제회를 비롯한 공적부조제도 도입을 통한 기자의 직업적 안정성 확보, 전문기자 양성, 객관적 사실 보도 관행의 정착 등 널리즘의 재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임제 기관인 언론진흥재단에서 독립된 언론단체 주도의 ‘저널리즘스쿨’의 설립을 통한 언론인 통합 교육으로 보수・진보 매체의 상호 이해도 확대 △프레스카드 등 자율적 기자인증제도 도입을 통한 책임성 향상 △프리랜서 언론인 풀제 △언론단체 대표자회의체 신설 등도 제안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