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신용카드의 함정을 다뤄라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3.08 17: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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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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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신용카드? 재테크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신용카드 관련 기사이다. 기사의 대부분은 신용카드의 효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가서비스와 포인트 혜택에 관해 일반적인 신용카드 광고와 같은 느낌의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카드 할인 혜택이나 부가서비스에는 홍보되는 것과 달리 여러 함정들이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관련 기사는 신용카드 혜택의 실효성 문제 지적에는 소극적이며 신용카드의 위험한 속성을 다루는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면 모 신용카드의 혜택이 요일별로 유류할인과 패밀리레스토랑 할인 및 서적 할인까지 다양하게 제공된다고 가정해 보자.
일명 데이마케팅을 전개하는 카드의 다양한 혜택은 속을 뒤집어 보면 두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데이마케팅은 광고 효과면에서는 다양한 혜택을 전부 이용할 수 있을 것처럼 다채롭고 풍부한 혜택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현혹한다. 그러나 실상은 요일별로 지정된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카드 부가서비스에 맞춰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책을 사려면 월요일에 사야 하고, 영화는 꼭 목요일에 봐야하거나 화요일에는 패밀리레스토랑에 반드시 가는 식 말이다.
데이마케팅의 두 번째 속임수에는 사실상 해당 요일의 구매 패턴을 조사해 이용빈도가 낮은 서비스 종류를 요일에 지정해 놓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는 흔히 영화관 이용자가 적은 것이 일반적인 소비패턴인데 목요일에 영화 할인 혜택을 부가하는 식이다. 결국 교묘하게 혜택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혜택 이용도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여러 신용카드 할인율에도 속임수가 있는 경우가 많다. 15% 할인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용횟수는 제한이 없으나 최대 할인 금액은 상한선(회당 몇 천원 혹은 월간 최대 1만원 정도)을 적용해 놓는다. 결국 15%라고 하지만 몇 천원 할인 받는 것에 그치기 일쑤다.
더구나 대부분의 신용카드 소비자들은 신용카드의 할인 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치밀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이미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신중한 소비 성향에서 벗어난 심리상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사람들에게 결제를 지연시킴으로써 당장 자기 지갑에서 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공짜라는 인식을 준다.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현금을 사용하거나 잔액 범위 내에서 소비해야 하는 체크카드에 비해 자신감을 키운다. 심리학자들의 몇 가지 실험에서도 신용카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구매 자신감에 대해서는 입증이 된 바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가 후불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결제 지연이 주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소비를 늘려버려서 현금흐름이 악화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의 월급날은 카드 결제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 결제일이 되어버렸다. 후불 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가불결제 시스템에 갇혀버린 것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에서도 카드 결제 후 남는 돈이 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득이 감소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순식간에 연체자로 전락하고 카드 대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산을 조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쯤 되면 이것은 사회적인 계몽이 필요할 정도로 낙후된 신용사용문화라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재테크 기사에서는 복잡하고 함정이 많은 신용카드 혜택 부풀리기에 열심이다. 카드사에서 제공되는 일방적인 홍보 자료를 소비자를 위한 고급정보라는 위험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기사의 제목부터 돈 되는 신용카드 정보라는 식이다. 세상에 돈 되는 신용카드는 없다. 엄밀히 따지면 돈 쓰는 신용카드이고, 결제금의 노예로 전락시키면서 소소한 혜택을 과장 선전하는 치사한 장사치일 뿐이다.
언론은 ‘지갑 속의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거의 없는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 관련 재테크기사가 카드사를 대신해 홍보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